디지털 소외계층

지방 중학생이 본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현실

new-infor.com 2025. 6. 29. 08:10

지금의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다. 스마트폰은 장난감처럼 손에 익었고, 인터넷 검색은 과제 해결의 기본이 되었으며, 영상통화와 메신저는 일상적인 소통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이 살아가는 마을, 특히 지방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스마트폰은 전화만 받는 기계’로 여겨지고, 문자 메시지조차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방 중학생이 본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

 

 

 

 

이러한 디지털 세대와 디지털 소외계층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누구보다 기술에 익숙한 지방 중학생이 자신의 마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은 무엇일까? 이번 글은 전라북도 임실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지역 어르신들과 인터뷰하며 관찰한 디지털 소외 실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단순한 통계나 정책 보고서가 아닌, 세대 간 대화를 통해 드러난 현실의 목소리를 담은 이 글은 디지털 격차가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동시에, 앞으로 어떤 형태의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하게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의 일상, 중학생의 눈에 비친 불편함

전북 임실의 한 마을에서 진행된 중학생들의 디지털 인터뷰 프로젝트는, 교사 지도 아래 지역 어르신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질문지를 준비하고, 어르신과 1:1 대화를 나누며 디지털 기기 사용 여부, 어려운 점, 원하는 점 등을 직접 들었다.

한 중학생은 “할머니는 스마트폰은 전화 받는 용도라고 생각하신다. 문자도 읽지 않고, 알림이 뜨면 그냥 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할아버지는 키오스크가 무서워서 식당에 가면 무조건 손님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린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자신이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창피하다’, ‘나는 원래 못한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중학생들의 눈에 비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의 일상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거리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인터뷰 후 “할머니가 이런 불편을 겪는 줄 몰랐다”, “가까운 어른이지만 나는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비로소 ‘내가 아는 디지털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체감한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겪는 단절의 경험

 

인터뷰에서 많은 어르신들은 공통적으로 ‘나만 세상과 떨어져 있는 느낌’을 언급했다. 자녀나 손주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자신은 읽지도 못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라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카카오톡이 왔는데 누가 보낸 건지 몰라 그냥 닫았다. 나중에 손녀가 왜 답 안 하냐고 서운해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마을 공지사항도 이제는 종이가 아니라 문자로 오는데, 나는 그걸 몰라서 접종 날짜를 놓쳤다”고 했다.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정보와 관계 모두에서 단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리고 이러한 단절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된다. 중학생 인터뷰자 중 한 명은 “어르신들 대부분이 손주가 휴대폰만 보고 자기랑 대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스마트폰이 뭔지도 몰라서 답답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세대 간 소통 단절과 정서적 고립을 낳았다.

 

디지털 소외계층 IT 교육에 대한 어르신들의 생각과 중학생들의 제안

 

흥미로운 점은 어르신 대부분이 디지털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두려움과 경험 부족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어르신은 “한 번 배운 적은 있는데 너무 빨라서 이해를 못 했다”고 했고, 또 다른 어르신은 “강의실이 멀고 젊은 사람들만 있어 부끄러워서 안 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학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실을 열면 좋겠다”, “우리 같은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마을 회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등이다.

실제로 이 인터뷰 프로젝트 이후, 해당 중학교는 **‘청소년 디지털 멘토단’**을 조직했고, 월 1회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디지털 기기를 다뤄보는 체험 수업을 시작했다. 단순한 기능 교육이 아니라, “손주가 알려주는 느낌”이라는 정서적 유대 덕분에 어르신들의 참여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중학생들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뻤다”, “이제 내가 마을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세대 간 연결이 포함된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은 기능 전수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 해결은 세대 간 연결에서 시작된다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분명하다. 디지털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문제이며, 그것을 해소하는 길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점이다. 중학생들이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으며 기기를 만져보는 그 짧은 시간이 어르신들에게는 “디지털은 무섭지 않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교육은 정서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능보다 관계, 설명보다 대화가 먼저여야 한다. 둘째, 교육자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어도 좋다. 손자, 손녀 같은 존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마을 단위로 반복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월 1회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중학생이 본 마을 어르신들의 디지털 소외계층 현실은 단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적 배려와 관계의 부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세대 간 연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