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시골 마을 주민들의 현실과 해결 방안

new-infor.com 2025. 6. 25. 18:30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디지털 강국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를 넘어섰고, 모바일 앱을 통해 금융, 행정, 의료, 쇼핑, 소통까지 대부분의 일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점점 깊은 그늘 속에 남겨지고 있다. 특히 농촌과 산간 지역의 고령층 주민들 중에는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단순히 전화만 사용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편리함을 누리기보다는, 기술이 만든 장벽 앞에서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렵게 느끼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IT교육

 

 

재난지원금 신청, 병원 예약, 은행 업무 등 다양한 공공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은 더 큰 정보 격차와 생활 불편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 문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시골 지역의 디지털 소외계층이 겪는 구체적인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하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시골 일상은 ‘불편’을 넘어 ‘배제’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한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이모(81세) 어르신은 여전히 유선 전화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은 가격도 비싸고 복잡해서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어르신은 병원 예약을 하려다가 모바일 앱으로만 접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고, 은행 업무도 인터넷 뱅킹이 기본이 된 요즘에는 창구 이용에만 의존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인 이 어르신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주민들은 점점 더 일상 속에서 배제되고 있다. 행정 민원은 물론이고, 마을 행사 일정 안내조차 카카오톡 단체방이나 문자 메시지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들은 중요한 정보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키오스크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음식점, 병원, 대중교통 등 다양한 생활 공간에서 이들의 접근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 기술이 사람을 돕기 위해 발전해왔다는 일반적인 명제가 이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은 이들을 사회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배제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겪는 고립감은 기술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지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사람들과의 연결에서도 단절을 경험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닌 인간관계의 중심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김모(85세) 할아버지는 “손자가 핸드폰으로만 얼굴을 보여준다는데, 나는 그런 거 할 줄 모르니 이제는 전화도 잘 안 온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은 가족과의 소통도 줄어들고, 친구나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도 단절되기 쉽다. 요즘 대부분의 소통은 문자, 사진 공유, 영상통화로 이뤄지며, 오프라인 중심의 관계망은 점차 해체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됐다. SNS, 영상회의, 온라인 예배 등 일상적 만남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인간관계의 범위가 좁아지고, 점점 더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간다. 이로 인해 디지털 소외계층은 우울감, 무력감, 그리고 자존감 저하까지 경험하며,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층과 농촌 주민의 디지털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교육 사업과 지원 정책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도시나 읍내 중심 시설에서 열리며, 시골 마을 어르신들은 교육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 교육 내용이 이론 위주이거나, 복잡한 앱 중심의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생활과 연결되지 않거나 따라가기 어렵다. 게다가 정책 설계 자체가 '기기 사용이 가능한 전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긴급재난지원금, 에너지 바우처, 독거노인 돌봄 신청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 기반으로만 신청 가능하게 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은 시작부터 소외되는 구조를 경험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민원 처리조차 디지털 접수로 전환되면서 현장 민원인의 대기 시간은 길어지고, 불친절한 대응을 받는 경우도 잦다. 정책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빠른 만큼, 이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안전망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절실하다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는 단기적인 캠페인이나 일회성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첫째, 생활밀착형 디지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각 마을마다 디지털 생활 도우미를 배치하여, 어르신들이 평소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보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어르신 전용 스마트폰과 같은 맞춤형 기기를 보급해야 한다. 복잡한 앱을 최소화하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단순하게 배치한 기기를 제공하면 어르신들이 점차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다. 셋째, 공공정보 전달 방식은 반드시 아날로그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 모든 행정 고지와 안내는 종이 우편, 유선 전화, 현장 스피커 등을 통해 병렬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정책은 디지털 접근성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배려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사회는 모든 사람이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이 이 사회에 당당히 포함될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