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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지방 강사들이 말하는 현실과 제안

전국적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확대되면서, 지방 곳곳에서도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고령층, 장애인, 이주민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IT 기초 교육이 시·군 단위뿐 아니라 읍·면 단위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이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즉 강사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조명되지 않는다.

화면 터치부터 문자 확인, 카카오톡 전송, 인증서 로그인까지 강사들은 어르신들이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시행착오, 구조적 한계, 교육 설계의 문제점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이 글에서는 실제로 충북 옥천군, 전북 정읍시, 경북 문경시 등 지방 소도시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담당한 디지털 튜터 세 명의 경험담을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제안들을 정리한다. 교육은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수업의 진짜 시작은 ‘인사하기’부터

충북 옥천군에서 활동 중인 A 강사는 2024년 상반기 동안 총 7개 읍·면에서 스마트폰 기초 교육을 진행했다.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는 손이 느려서 안 돼”, “이거 누르면 이상한 거 나올까 봐 무서워”였다.

A 강사는 “기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어르신들의 두려움이에요. 강의 첫날에는 ‘전화 받기’를 가르치기도 전에 이름을 묻고, 서로 인사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며 긴장을 푸는 데 시간을 써요”라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술을 배워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수업의 시작은 항상 기능이 아니라,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A 강사는 “화면 설명보다 더 중요한 건, ‘틀려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이 실수했을 때 강사가 웃으며 넘겨주는 한마디가 다음 수업 참여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디지털 소외계층의 스마트폰 교육은 기술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 강사의 현실적 고충: 반복, 기기 차이, 시간 부족

전북 정읍시에서 교육을 맡고 있는 B 강사는 “수업의 80%는 반복 설명이고, 10%는 기기 문제 해결, 나머지 10%만 진도 나가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한 기능을 배운 뒤에도 실제로 익히기까지 5~6회 이상 반복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3~4회 단기 수업으로 구성돼 있어 진도에 항상 쫓기게 된다.

게다가 어르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기가 너무 제각각이라 “같은 기능을 설명해도 기종별 화면이 달라 수업 효율이 급감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냐 아이폰이냐, 기기 연식이 몇 년도냐, 보안 설정은 되어 있느냐에 따라 동일한 앱도 화면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별 대응이 필수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강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는 점이다. “혼자 수업을 하면서 10여 명 기기를 동시에 맞춰줘야 하니, 실습은커녕 기본 화면 진입도 버거운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현장의 고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업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교육이 1회당 90분 내외로 편성되는데, 이는 인사, 설정 맞추기, 실습, 질문 응답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이 모자란 상황에서 학습은 ‘좌절’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에서 가장 아쉬운 건 ‘지속성 없는 구조’

경북 문경시에서 활동 중인 C 강사는 “디지털 교육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최소 10주 이상은 반복적으로 이어져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은 예산과 일정 문제로 인해 2~4회로 단축되며, 이후 재방문이나 후속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어르신들은 막 익힐 무렵 수업이 끝나버리고, 다음에 다시 시작할 땐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C 강사는 이를 “마치 매번 백지를 놓고 수업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수업이 끝난 후 개별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창구도 없다.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 관련 인력이 없거나,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들이 마을에 부재하다 보니, 수업 이후 실생활 적용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은 강사들에게도 허탈감을 준다. “수업은 했지만, 어르신이 다시 돌아가서 못 써보면 무슨 의미인가 싶다”는 회의감은 교육자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지속 가능한 학습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강의도 결과를 남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 강사들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

A, B, C 강사는 입을 모아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은 속도보다 반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현장에서 느낀 현실에 기반해 제안하는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기 표준화 및 ‘어르신 모드’ 설정 지원 시스템 도입이다. 교육 전 어르신의 스마트폰에 공통적인 메뉴 배치와 화면 구성이 설정되면, 강의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이를 위해 기기 제조사·통신사와 협업한 사전 설정 매뉴얼 제공이 필요하다.

둘째, 정기형 교육 시스템 구축과 보조 인력 투입 확대다. 최소 8~10회 이상 반복 가능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수업당 보조강사 또는 디지털 서포터 한 명을 투입하면 강사 1인당 부담이 줄고, 실습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된다.

셋째, 수업 외에도 개별 질의가 가능한 디지털 헬프 데스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수업 이후에도 전화나 방문으로 질문할 수 있는 지역기반 튜터제, 청소년 봉사단 매칭제 등을 도입하면 어르신들의 실생활 정착률이 크게 높아진다.

넷째, 강사 대상 정기 피드백 및 정신적 소진 예방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하다. 교육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강사들이 심리적 허탈감을 겪지 않도록, 정기 워크숍, 성과 공유회, 상담 프로그램 등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