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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경상북도 청송군 어르신 IT 교실, 생생한 수강 후기와 배움의 의미

디지털 격차는 단지 정보의 격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사회 참여의 기회, 소통 능력, 일상 생활의 자율성에 대한 격차를 의미하며, 그 결과 디지털 소외계층은 단지 불편함을 넘어서 현실에서의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도시보다 교육 기회가 적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 농촌에서는 디지털 소외가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북도 청송군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도가 있었다. 청송군은 2024년부터 관내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기초 교육 프로그램(청송 어르신 IT 교실)’을 운영하며,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키오스크, 은행 앱 등의 기초적인 사용법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경상북도 청송군 어르신 IT 교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능 습득 교육이 아닌,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의 장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어르신들의 생생한 수강 후기를 바탕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어떻게 변화를 경험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를 정리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수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

청송군 파천면의 82세 박 모 어르신은 처음 IT 교실 홍보 전단을 보았을 때 “그건 젊은 사람들 하는 거지, 내가 뭘 배우겠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을 이장이 “이번에는 차근차근 알려주는 선생님이 온다”고 여러 차례 독려하자, “그래도 한 번은 해볼까 싶었다”며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어르신은 손주에게 카카오톡을 배우려다 “왜 이렇게 못 하냐”고 핀잔을 들은 경험이 있어, 자신이 기계를 못 다루는 사람이라는 자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복지센터에서 열린 첫 수업에서 강사가 “틀려도 괜찮습니다. 다섯 번 물어보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다른 어르신들도 비슷한 이유로 참여했다. “매번 자식한테 뭐 좀 물어보기가 미안했다”, “ATM도 어렵고, 요즘은 은행도 앱으로 해야 한다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답답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교육에 나서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의 불편을 줄이고, 조금은 덜 의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의 실제 수업 참여 경험과 반응

수업은 주 2회, 총 8회차로 진행되었으며, 수강생은 1기 기준 12명, 모두 만 70세 이상이었다. 담당 강사는 기초 교육에 특화된 디지털 튜터로, 모든 수업은 1:3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었고, 개인별 스마트폰 기기를 그대로 사용하며 실습 위주로 진행되었다.

강의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었다. 첫 회차는 “스마트폰 켜기와 끄기”, 둘째 주는 “전화 걸기와 받기”, 셋째 주는 “문자 확인과 간단한 답장 보내기”, 이후 카카오톡 열기, 사진 보기, 유튜브 검색, QR코드 인식, 은행 앱 보기 등으로 구성되었다.

수강생들은 처음엔 버튼 하나 누르기도 어려워했지만, 수업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특히 큰 성취감을 준 기능은 “카카오톡에 사진 올리기”였다. 수업 후 손주에게 직접 사진을 보내본 어르신들은 “내가 이런 걸 할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또한 “이모티콘 보내기”, “음성 검색으로 유튜브에서 노래 틀기” 등은 어르신들의 참여도를 확 높여주었다.

77세 김 모 어르신은 “옛날엔 버튼 눌렀다가 이상해질까 봐 무서워서 안 만졌는데, 이제는 안 무섭다. 혼자도 한 번 해볼 수 있겠다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육 이후 수강생 중 절반 이상이 복지관 자율 디지털 교실에도 자주 출석하며 “복습하러 온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학습을 즐기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전달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경험한 어려움과 교육의 한계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어르신은 시력 저하, 손 떨림, 기기 노후화, 인지력 저하로 인해 한 번 배운 기능도 쉽게 잊었고, 매 수업마다 다시 복습해야 했다. 또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설정이 다르거나, 자녀가 깔아둔 보안앱 등이 오히려 교육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화면이 우리 폰하고 좀 달라서 헷갈렸다”, “자꾸 다른 창이 뜨면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같은 앱이라도 기종과 OS 버전에 따라 화면 구성이 달라 어르신에게 혼란을 줬다.

또한 교육 종료 후, 일정 기간 지나면 기억이 흐려지거나 자신감이 다시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복습할 사람이 옆에 없으면 배운 것도 다시 못 하게 된다”는 불안감도 컸다.

이러한 문제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기술을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복하며 ‘사용 습관화’해야만 익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기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꾸준한 실습과 동행’이 병행되지 않으면 학습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의 지속성과 확장을 위한 제안

청송군의 IT 교실은 분명 성공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이 성과를 지역 단위에서 정착시키고 확장하려면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각 읍면 단위 복지센터나 마을회관에 ‘디지털 도우미 상주제’를 도입해야 한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어르신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복지 일자리, 청소년 봉사, 자원봉사를 연계해 지원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어르신 개개인의 스마트폰 설정을 표준화하거나, 디지털 교육용 앱과 설정 템플릿을 사전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폰 내 ‘어르신 모드’를 지정해두면, 학습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강의 종료 후 3개월·6개월 단위로 재점검 및 복습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배웠던 내용을 잊지 않도록 주기적인 리마인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마을 단위 디지털 학습 동아리를 만들고, 주 1회 복습 모임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중앙 정부나 지자체는 이러한 성공 모델을 적극 발굴·표창·지원함으로써, 다른 지역도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