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는 편리하고 빠르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여전히 기술 접근과 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순한 기계 사용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고립과 자존감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은 바로 지역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세대 간 ‘멘토링 활동’이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청년들과 고령층 사이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디지털 동행 봉사’는 세대의 간극을 좁히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글에서는 충청북도 괴산군, 경상북도 의성군, 전라남도 강진군 등 실제 지역에서 진행된 청년 주도의 디지털 멘토링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멘토로 참여한 청년들의 성장과 공동체 변화의 모습을 분석하고자 한다. 기술을 통한 포용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방 청년 멘토링의 시작과 배경
2023년 하반기,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에서는 ‘디지털 손주단’이라는 이름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괴산고등학교와 군청, 노인회, 자원봉사센터가 협업하여 만든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이 어르신의 디지털 멘토가 되어 1:1로 주 1회 스마트폰 사용을 도와주는 구조였다.
참여한 고등학생 김도현 군은 “처음엔 할머니들이 너무 어려워하셔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나중엔 내가 안 가면 먼저 전화하실 정도로 가까워졌어요”라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단순한 기술보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학습을 지속하는 가장 큰 동기였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도 ‘청년 디지털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청년센터와 청년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멘토링 사업이 추진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 10명이 각자 한 명의 어르신과 매칭되어, 10주 동안 스마트폰, 키오스크, 문자, 카카오톡, 유튜브 사용법 등을 반복 학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멘토였던 김지우(26세) 씨는 “스마트폰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못 배운 사람’이라는 자책감 때문에 더 힘들어하신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기술을 가르쳤지만, 어르신은 나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디지털 멘토링은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갖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멘토링을 통해 경험한 변화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청년 멘토링을 통해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반복 학습을 통해 자신감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복습할 수 있었던 환경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다.
전남 강진군 군동면에 거주하는 78세 박 모 어르신은 “예전엔 스마트폰 켜기도 겁났는데, 이젠 손주랑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사진도 보내줄 수 있다”며 “혼자 앱도 열고 닫고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멘토링 참여 이전에는 대부분의 어르신이 ‘한 번 배워도 금방 잊는다’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멘토링 이후에는 “틀리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는 식의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된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또한 기술 습득 외에도 심리적 고립이 해소되고, 일상의 소통이 늘어났다는 점도 큰 효과였다. 멘토와 멘티가 서로 명절 인사를 나누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서 ‘관계 회복’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사례로 평가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멘토링 활동이 청년에게 준 영향
디지털 멘토링은 단지 수혜자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참여한 청년들 역시 자신의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문을 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괴산고 멘토단 소속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5%가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과의 소통 능력이 향상되었고,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일부 학생은 진로를 사회복지나 교육 분야로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멘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청년 멘토들이 경험한 가장 큰 가치는 ‘내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자각이었다. 특히 지방 청년들은 진로 불안, 취업 경쟁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지만, 멘토링 활동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긍정적인 자기 효능감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멘토링 활동은 디지털 격차 해소와 지역 청년의 자존감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조로, 앞으로 더 확대 운영할 필요성이 클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청년 멘토링의 제도화 방안과 미래 확장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청년 멘토링이 지속 가능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 청소년 및 청년 멘토링 활동을 교육청·지자체·복지기관이 협력하여 공식화해야 한다. 현재는 단발성 캠페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학교 봉사활동 시간 인정, 지역 활동 포트폴리오 반영 등의 방식으로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멘토-멘티 매칭 후 체계적인 교육자료와 튜터 지원 시스템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청년이 어르신에게 설명할 때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디지털 학습 매뉴얼, 자주 묻는 질문 리스트, 기기별 실습 영상 자료 등 콘텐츠 기반 지원이 필수적이다.
셋째, 멘토링 활동에 참여한 청년에게는 소정의 활동비와 진로 연계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포용 서포터즈 수료증, 장학금 연계, 지역 리더 인증 프로그램 등과 연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 단위로 멘토링 활동 성과를 평가하고, 우수 사례를 공개하는 디지털 포용 페스티벌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구조의 문제지만, 그 해결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동행’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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