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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맹 해소를 위한 최적의 교육 방식은 무엇인가?

2025년 대한민국. 스마트폰은 이제 지갑보다 중요한 생활 필수품이 되었고, 은행, 병원, 식당, 심지어 민원 신청까지 대부분의 일이 화면을 누르는 것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다. 바로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중에서도 특히 고령층과 저학력 계층은 기기를 아예 다룰 수 없거나, 화면에 나오는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 상태에 놓여 있다. 단순히 인터넷이나 앱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수준을 넘어, 기기와 기능에 대한 두려움, 자기효능감 저하, 사회적 위축감 등 복합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맹 해소를 위한 최적의 교육 방식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은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지역별·계층별로 천차만별이다. 왜 어떤 교육은 성과를 내고, 어떤 교육은 실패하는가? 디지털 문맹을 줄이기 위한 진짜 효과적인 교육 방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문맹 해소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방식들을 비교 분석하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실효성 높은 교육 방식을 도출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학습 구조를 위한 정책 제안을 함께 제시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가장 흔한 실패: 일회성·기능 위주 교육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 교육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주민센터, 복지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단기 기능 중심 교육이다.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법’, ‘앱 설치 방법’, ‘키오스크 이용법’ 등으로 구성되며, 2~3회에 걸쳐 수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디지털 문맹 상태에 놓인 고령층에게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우선 이들은 문자 해독 능력이 낮고, 기억력 저하, 시력 저하,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겪는다. 교육이 빠르게 진행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한두 번 실패 후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낙인이 형성된다. 특히 교육 내용을 집에 가서 복습하거나 연습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학습 효과는 수업 종료와 동시에 사라진다.

충북 괴산군의 한 평생교육관에서는 2023년 고령층 대상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했지만, 전체 수강자 20명 중 15명이 2회차 이후 수업을 포기했다. 이유는 “너무 빨리 진행된다”, “다음 수업이 이어지지 않아 복습할 수 없다”, “쓸 수 있는 기능이 거의 없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단기, 기능 중심, 표준화된 수업은 디지털 문맹 해소가 아닌 좌절감을 남긴다.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는커녕, 다시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반복형·생활 밀착형 교육의 효과

디지털 문맹 상태에 있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가장 효과가 높았던 방식은 ‘반복형 + 생활 밀착형’ 구조의 교육 모델이었다.

반복형이란 수업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주 1~2회씩 장기적으로 반복하며 같은 내용을 천천히 익히는 방식이다. 생활 밀착형은 단순히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이 어르신의 실제 생활에서 어떤 편익을 주는지를 연결하여 가르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는 법” 수업에서 단순히 버튼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주에게 사진을 보내면 어떤 반응이 오는지”를 보여주는 구성으로 설계하면, 어르신들은 기술의 ‘감정적 보상’을 느끼며 학습 의지를 높일 수 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는 ‘디지털 느린학교’라는 이름으로 10주간 반복 학습 중심 스마트폰 교육을 운영한 바 있다. 수강생은 모두 만 70세 이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 낮았지만, 자기 기기를 가지고 오고, 튜터와 1:1 또는 1:3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며, “복습과 질문이 자유로운 구조”를 갖췄다.

그 결과, 10주가 끝났을 때 어르신의 80%가 카카오톡, 사진 전송, 문자인증, 유튜브 검색까지 가능해졌고, “다시 배우고 싶다”는 수요가 연이어 접수됐다. 학습의 즐거움, 자기효능감, 사회적 연결이 동시에 생긴 교육 모델로 평가받았었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신뢰 관계’와 ‘심리적 안전’

디지털 문맹 해소에서 기술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이다. 많은 고령층은 단지 스마트폰을 몰라서가 아니라, 배울 때 실수하면 창피하다는 생각, 질문할 때 눈치 보인다는 감정, 설명을 못 알아들었을 때 무력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학습 자체를 피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자와의 신뢰 관계다. 어르신은 낯선 강사보다는 익숙한 이웃, 자주 보는 복지사, 손자 같은 청소년 멘토와 함께할 때 마음의 문을 연다. 또한, 수업 시간에 실수해도 비난하거나 급하게 넘기지 않고, 실수를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경기도 안산시 한 복지관에서는 중학생 멘토와 고령층이 짝을 이루는 ‘디지털 동행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 어르신들은 “아이한테 배우니까 편하고, 틀려도 웃으면서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전달보다 정서적 안정감이 더 큰 학습 동기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맹 해소는 단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통해 ‘나는 할 수 있다’는 감정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문맹 해소를 위한 교육 정책 제안

이제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맹 해소를 위해서는 기존의 일방적이고 단기적인 교육 모델을 넘어서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향들이다.

첫째, ‘디지털 느린학교’ 모델의 전국 확대다. 교육부 및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반복형 교육 구조를 설계하고, 한 지역당 최소 1년 단위의 교육 지원 예산을 확보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튜터와의 매칭 시스템 정착이다. 복지관, 주민센터, 마을회관에 상주형 디지털 튜터를 배치하고, 학습 이력을 기록해주며, 1:1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어르신의 학습 지속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셋째, ‘감정 중심 커리큘럼’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고, 성취감을 즉각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가 확산되어야 한다. 예: 손주에게 사진 보내기, 복지 지원금 문자 확인하기, 마을버스 시간 알아보기 등.

마지막으로, 디지털 문맹 상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다. 누구나 기술을 몰라 실수할 수 있고, 다시 배우면 된다는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전달함으로써,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낙인이 아닌 배려가 작동하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