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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인터넷이 두려웠던 시골 할머니의 인생을 바꾼 교육 이야기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은 도시를 넘어 농촌, 산간, 오지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병원 예약을 하고, 모바일 앱으로 정부 혜택을 신청하며, 키오스크로 밥을 주문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하지만 이 변화가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골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에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 변화에 의해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소외를 경험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남겨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손에 쥐고 있어도, 그 속의 문자 하나 열어보지 못하는 현실.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내가 기계를 망가뜨렸나?’라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삶. 이런 삶은 단순히 불편한 것을 넘어 존재의 소외를 의미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인터넷이 두려웠던 시골 할머니의 인생을 바꾼 교육 이야기

 

 

 

경북 군위군의 산간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83세의 김말순 할머니 역시 디지털 소외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한 사람이었다.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쓰지 못했다. 문자 메시지는 받지도 않았고, ‘인터넷’이라는 말은 텔레비전 속 광고에서만 들어봤다. 그러나 마을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한 번이 김 할머니의 인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시골 할머니가 마주한 현실 속의 두려움

 

김말순 할머니는 몇 년 전 아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선물 받았다. 그러나 전화를 받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아이콘들이 즐비한 화면은 보기만 해도 겁이 났고, 문자 알림이 울릴 때마다 “이걸 누르면 요금이 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결국 할머니는 아예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게 되었고, 마을 방송은 이웃에게 들었고, 자식들과의 소통은 모두 음성 통화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안과 회피는 김 할머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곳곳의 고령층 디지털 소외계층이 겪는 공통된 일상이다.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몰라 식당 입장을 포기하고, 은행 모바일 앱을 몰라 창구 앞에서 줄을 서야 하며, 정부에서 보내는 복지 알림 문자조차 읽지 못한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갖고 있는 기계’가 되었지만, 동시에 ‘누구나 다룰 수 있는 기계’는 아니다.

김 할머니는 말한다. “스마트폰은 나랑 안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젊은 사람들 물건인 줄 알았지.” 그녀는 단지 기계를 몰랐던 게 아니다. 자신이 그 기술을 배울 자격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가진 가장 깊은 심리적 장벽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시작된 순간, 마음의 문이 열리다

2024년 봄, 김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 **군위군청이 주관한 ‘찾아가는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할머니는 “그런 거 배워서 뭐 하노?” 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동네 친구가 “가서 앉아만 있어도 된대”라는 말에 마지못해 회관에 갔다. 그 자리에서 할머니는 스마트폰 화면을 처음으로 천천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첫 수업은 단 한 가지 목표만을 다뤘다. “손주에게 영상통화 걸기.” 청년 강사는 김 할머니의 손을 잡고, 홈 화면에서 전화 앱을 누르고, 카메라 버튼을 찾고, 손주의 번호를 눌러 통화를 연결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속 화면에 손주의 얼굴이 비쳤을 때, 할머니는 무언가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이게 되는구나… 내가 직접 한 거야?”

그날 이후 김 할머니는 수업에 빠지지 않았다. 메시지 보는 법, 사진 찍는 법, 날씨 앱 확인하기, 병원 예약하기, 농협 앱 켜보기 등 일상 속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나갔다.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과정이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일상이 교육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가

 

디지털 교육이 시작된 지 3개월 후, 김 할머니는 더 이상 자식에게 물어보지 않고 혼자서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날씨를 확인하고, 손녀에게 이모티콘을 보내며, 경로당 공지사항도 직접 읽는다. 이전에는 “내가 알면 뭐 하노”라며 멀리했던 기계가, 이제는 할머니의 ‘일상의 도구’가 되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자존감과 웃음이었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이웃 할머니들이 “말순이는 이제 스마트한 사람 다 됐네”라고 놀리듯 칭찬하자, 할머니는 “공부하면 나도 되는 사람이지 뭐”라며 크게 웃었다.

김 할머니는 이제 ‘디지털 소외계층’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한 명의 시민이다. 그녀는 말한다. “이제는 내가 손주 얼굴도 보고, 병원 예약도 하고, 마을 뉴스도 읽어. 이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아나?”

이 말은 단지 기능의 습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당당히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선언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

 

김말순 할머니의 사례는 단지 한 개인의 변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수많은 디지털 소외계층이 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증거이며, 올바른 교육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교육은 기술 전달을 넘어서 정체성과 존재의 회복이며, 인간의 자율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디지털 포용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지방 구석구석에서 현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은 1회성 특강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와 친밀한 관계 중심이어야 한다. 친절한 설명, 느린 속도, 작은 성취의 반복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디지털은 사람을 밀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잇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환의 시작점은 언제나 교육이다. 김말순 할머니의 스마트폰 속 이모티콘 하나에는, 그동안 세상과 단절되었던 한 사람이 다시 세상과 연결된 깊은 감정과 의미가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시골 할머니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이 세상과 다시 닿는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