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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이 집중된 지방 소도시, 디지털 격차는 왜 여전히 좁혀지지 않나

디지털 대전환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정부 민원 처리부터 의료 서비스, 금융 업무, 문화 소비, 심지어 식사 주문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 기반에서 이뤄지는 지금, ‘디지털 능력’은 시민의 기본 역량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여전히 이 디지털 세계의 가장자리에 머물며, 그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방 소도시의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 국가이지만, 속도와 연결 가능성만으로 디지털 포용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 소도시의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저학력층 등은 여전히 디지털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으며, 공공 서비스와 민간 기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집중된 지방 소도시, 디지털 격차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지방 소도시의 디지털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가? 이 글은 디지털 소외계층이 집중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 격차가 지속되는 구조적 원인과 정책적 허점,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다각도로 살펴보겠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집중된 지방 소도시, 구조적 조건이 문제다

지방 소도시는 물리적 거리만 먼 것이 아니다. 디지털 접근성 측면에서도 중심 도시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프라의 배치다. 대부분의 디지털 교육 시설과 공공 Wi-Fi망, 키오스크 체험존 등은 광역시나 대도시 구 단위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인구 5만 명 이하의 지방 소도시는 전문적인 디지털 교육 공간 자체가 없거나, 운영 횟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지방 소도시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1인 가구나 정보 소외가 심한 고립 가구가 많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활용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기계가 있어도 쓸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이 혼자 사는 읍면 단위 마을에서 갑자기 공공앱 인증을 요구받는 일이 생기면, 그 상황을 해결해줄 사람이 근처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지방 소도시의 디지털 소외계층은 물리적, 정서적, 관계적 고립 상태에서 기술을 접해야 한다. 단순한 기계 조작 능력 부족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기술을 배우거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정책이 일회성·중앙집중식에 머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포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집행은 대부분 일회성, 시범사업,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한 번 만져보기’, ‘키오스크 체험 1일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은 체험으로서는 의미 있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중앙부처에서 하달된 표준 커리큘럼만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주민의 실제 필요와 맞지 않는 내용이 제공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북의 한 소도시에서 진행된 디지털 교육에서는 어르신들이 가장 알고 싶어 했던 ‘모바일 병원 예약’, ‘농협 앱 이체 방법’ 대신, 유튜브 앱 설치와 QR코드 리더기 사용 등 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콘텐츠가 우선 배치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교육이 끝난 뒤에 아무도 후속 학습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이 끝나면 교육자도 떠나고,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도 없다. 결국 어르신들은 다시 기술을 멀리하고, “괜히 배웠다”는 후회를 남긴다. 이는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교육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결과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배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반복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디지털 격차의 본질은 기술 자체에 대한 무지가 아니다. 핵심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반복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 소도시의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를 처음 배우더라도, 그 배운 것을 꾸준히 연습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반복 학습을 가능하게 하려면 지역 내 디지털 멘토링 시스템, 일상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험 환경, 정기적인 소규모 학습 그룹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지방 소도시에서는 이런 구조가 거의 없다. 교통이 불편하고, 자원봉사자도 부족하며, 회관이나 경로당조차 디지털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가 없다.

게다가 고령층의 경우, “실수하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강해 혼자 시도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결국 모든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지방 소도시의 디지털 소외계층은 ‘기술을 몰라서’가 아니라, ‘시도해볼 수 없어서’ 계속 뒤처진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격차 해소를 위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은 더 이상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공급 모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방 소도시의 현실은 중앙 도시와 완전히 다른 학습 환경, 생활 패턴, 접근성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 모델 자체를 새롭게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생활권 기반 소규모 디지털 교육소를 확대해야 한다. 읍면 단위에 ‘디지털 쉼터’를 만들어 언제든지 기기를 실습해보고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지역 청년과 노인, 장애인을 연결하는 디지털 멘토링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정책이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1회 교육’이 아니라 ‘월 1회 실습 + 상시 질의응답’ 같은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 디지털 포용 전담 인력을 상시 배치하고, 지역 교육 자료를 지역 주민 맞춤형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사회적 완충 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지방 소도시의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은, 결국 그 지역 전체의 포용성을 상징하는 척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