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는 지금, ‘디지털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술이 되었다. 그러나 누구나 이 변화에 함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층, 장애인, 문해력 취약자, 농산어촌 주민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소외계층은 기술의 혜택은커녕 일상조차 위협받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 청년들이 스스로 지역 사회를 위한 디지털 멘토링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이들은 지역 어르신이나 취약 계층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키오스크 이용법, 앱 활용법 등을 직접 가르치며, 세대 간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청년들의 디지털 소외계층 멘토링 활동 사례를 정리하고, 그 의미와 가능성, 한계와 보완 방안까지 함께 분석해보겠다.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년이 만난 디지털 멘토링의 현장
전라남도 순천시의 한 마을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지역 대학생들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은 순천대학교 학생회와 시청 사회복지과가 협력해 기획한 것으로, 대학생 멘토 15명이 각 마을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하냐”며 손사래를 치던 어르신들도, 몇 차례 수업을 거치면서 “영상통화 한 번 해보자”, “손주한테 문자 보내보자”며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복잡한 설명보다 “이 버튼 누르시면 돼요”, “그냥 천천히 따라오세요” 같은 친근한 언어로 설명하며 어르신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였다.
충북 제천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디지털 봉사 동아리’를 구성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경로당을 돌며 키오스크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간이 키오스크 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수업을 하기도 하고, 실제 패스트푸드 매장에 함께 가서 주문을 도와주는 ‘현장 실습’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년이 기술을 매개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며, 단순한 봉사를 넘어 세대 간 디지털 연대의 새로운 모델이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청년 멘토링이 효과적인 이유
청년 멘토가 진행하는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능 전달을 넘어,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효과가 크다. 대부분의 고령층은 ‘배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만, 손자·손녀뻘 되는 청년이 다가와 천천히 설명해주면 오히려 “내가 가르쳐달라고 해도 되겠구나”라는 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된다.
강원도 평창의 한 교육 참여 어르신은 “젊은 선생님이 옆에서 웃으면서 기다려주니까 마음이 놓였다”며, “처음엔 창피했는데 지금은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 습득을 돕는 것 이상으로, 학습 지속성과 자존감 회복에도 큰 영향을 준다.
청년 멘토 역시 “이렇게 가까이서 어르신과 소통하는 게 처음이라 신선하다”, “내가 가진 기술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 줄 몰랐다”며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한다. 단방향 교육이 아니라 쌍방향 상호작용을 통한 디지털 포용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이 모델은 공공 정책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멘토링 활동의 현실적 어려움과 한계
물론 이런 디지털 멘토링 활동이 모든 지역에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지속성 부족이다. 대학생 혹은 고등학생 중심의 활동은 대부분 방학이나 학기 중 일회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 체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청년 멘토들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지역마다 편차가 있고, 때로는 어르신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거나 강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교육 장소, 기기 수급, 교통비 등 물리적 인프라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자비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지자체가 청년 디지털 멘토링 활동을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입하고, 예산과 인력, 교안 지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 멘토에게는 디지털 교육 관련 사전 연수를 제공해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어르신과의 소통 방식을 배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 진정한 효과를 가지려면 지역사회 내부의 자발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단발성 강의나 외부 강사 중심 교육은 비용도 높고 정서적 연결도 약하다. 반면, 지역 청년이 중심이 되는 멘토링은 저비용 구조이면서도 정서적 친밀감과 반복 학습 가능성을 갖춘 장점이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를 채용해, ‘디지털 친구 되기’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마을회관, 복지관을 순회하며 어르신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교육을 진행한다. 일부 청년은 해당 마을에 정착해 ‘디지털 튜터’로 활동을 지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델은 청년 일자리와 디지털 포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공정책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나아가, 교육 받은 어르신이 다른 어르신을 가르치는 지역 내 디지털 학습 순환 구조로 확장된다면, 더욱 강력한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년이 함께 만든 교육은 단지 기술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웃고 배우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하는 경험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회복이다. 기술이 사람을 밀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끼리 손을 잡아야 한다. 그 손을 내민 사람들이 지금 지방의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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