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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정보 고립’,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

현대 사회는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정부 서비스, 금융 거래, 병원 진료, 대중교통 이용, 소셜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두 디지털 정보 흐름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 그중에서도 고령층 어르신들은 디지털 시대의 주류 흐름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정보 고립’

 

 

 

이러한 단절은 단순히 기계를 사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보 고립’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일상생활의 불편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파급 효과를 초래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한다. 디지털 정보가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시대에, 정보를 읽을 수 없고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자는 점점 더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인 어르신들이 처한 정보 고립의 현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살펴보며,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와 그 실천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겪는 ‘정보 고립’의 실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정보 고립 상태에 놓이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디지털 문해력 부족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도, 문자 메시지를 읽지 못하거나, 버튼 하나 누르는 방법조차 몰라 정부의 알림 서비스, 복지 신청 정보, 병원 예약 안내 등 필수적인 정보로부터 소외된다.

경상북도 농촌 마을에 거주하는 80세 김 모 할머니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낸 건강검진 안내 문자를 읽지 못해 검진 기한을 놓쳤다. 또 다른 76세 이 모 할아버지는 ‘모바일 앱으로만 접수 가능’한 기초연금 신청을 결국 포기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한 정보 제공 방식이 어르신들에게는 장벽이 되고, 그 결과 공공서비스 수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고립은 단순한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기회와 자원을 놓치는 문제이며,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구조적 소외이기도 하다. 더불어 고립된 어르신은 사회적 연결망도 약해지기 때문에 심리적 위축, 우울감,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며, 이는 건강과 생존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고립이 초래하는 일상 속 사회적 문제

 

정보 고립은 곧 생활의 고립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병원 예약을 못 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이동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또한 은행 업무조차 모바일 앱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어르신의 경제 활동과 금융 자율권의 침해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가 대세가 된 요식업·소매업 환경에서는 아예 식사나 소비 자체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서울 성북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웠던 한 어르신은 “뒤에 줄 선 사람들이 눈치를 줘서 그냥 나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험은 반복될수록 심리적 상처와 사회적 위축을 심화시키고, 결국 지역사회에서의 배제와 고립으로 이어진다.

또한 정보 고립은 디지털 범죄 피해로도 연결된다. 스마트폰이나 메시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허위 문자 메시지에 취약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4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고, 피해액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정보 격차가 곧 안전 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보 고립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고립은 흔히 ‘어르신이 배우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체의 설계 실패이자 공동체의 책임이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노년층이 따라올 수 있는 장치와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가 정보 고립을 초래한 주된 원인이다.

공공기관은 정보 전달을 앱, 문자, 키오스크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했지만, 이 과정에서 정보 수신자의 기술 역량과 심리적 저항감, 교육 기회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정부 기관조차 공공 서비스를 앱으로만 신청받고, 전화나 대면 상담은 축소하고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정보 소수자 차별에 해당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고립 문제를 개인의 학습 능력이나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책임은 기술 환경을 만들고, 서비스 체계를 설계한 주체에게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반드시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중심에 놓고 재조명돼야 하며, 이에 따른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대안

 

정보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주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모든 공공기관은 앱 기반 정보 제공 외에도 전화, 우편, 지역 사회 안내망 등 아날로그 채널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정보 중복 안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어르신을 위한 ‘정보 도우미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읍·면·동 단위에 배치된 디지털 상담사나 청년 멘토가 공공 알림 내용을 요약해 설명해주고, 스마트폰 활용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정례화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 전달 내용을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한글 문해력, 정보 해석력, 감정 고려 요소를 반영해 다시 설계해야 한다. “앱 설치 후 공동 인증서 등록 후 접속” 같은 표현은 대부분의 고령자에게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 대신 “이름 누르고, 파란 버튼 누르세요”와 같은 단순하고 시각 중심적 안내 구조가 요구된다.

넷째, 정보 고립 자체를 예방하는 장기적 대책으로서 디지털 문해력 향상 교육을 의무화하고, 지역별 디지털 쉼터에서 반복적 실습을 제공해야 한다. 이 교육은 일회성 특강이 아니라 생활 속 적용을 중심으로, 정서적 지지를 병행하는 구조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