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생활 전반에 녹아들고 있다. 온라인 진료 예약, 정부 민원 처리, 금융 거래, 대중교통 이용 등 대부분의 일상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지방의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들이 점점 더 기술과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체험, 앱 사용법 전수 등이 읍·면 단위에서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 가장 필요한 곳, 바로 읍·면 단위 지역에서 오히려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읍·면 단위 디지털 교육이 어떤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교육의 구조적 맹점은 무엇인지, 왜 교육 효과가 낮은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함께 제시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읍·면 단위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프라의 부재
디지털 교육은 대개 시·군 단위 공공기관, 도서관,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읍·면 단위에서는 이러한 교육기관 자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접근성이 매우 낮다. 특히 농촌 고령층은 교육을 받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며, 대중교통이 없거나 운전이 어려운 경우에는 교육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전라북도 장수군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 60명 중 40명이 70세 이상 고령층이지만,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디지털 교육 장소까지는 왕복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대다수 어르신은 “가기 귀찮아서,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라는 이유로 교육을 포기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집중되어 있는 읍·면 단위에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어르신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 교육 정책은 인프라의 위치와 대상자의 실제 생활권을 기준으로 재배치돼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형식에 그치는 읍·면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 구조
읍·면 단위에서 시행되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은 종종 형식적인 일정 채우기에 머물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나 마을회관에서 일회성 특강을 열고, 참여자 수와 만족도만 체크하는 방식이다. 강사는 대부분 외부에서 파견되고, 콘텐츠는 전국 공통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역 실정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한 번도 스마트폰으로 문자조차 보내보지 않은 어르신에게 영상통화나 키오스크 앱 설치를 가르치는 방식은 효과적일 수 없다. 강의가 너무 빠르고, 단기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 하며, 개별 질문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한다. 결국 어르신은 “어렵다”, “못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수업이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구조가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생활 중심 콘텐츠로 구성된 장기 반복형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읍·면 단위에서는 교육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예산과 강사 배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교육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린다. 그 결과, 어르신들은 “한 번 와서 말만 하고 갔다”는 불신을 가지게 되고, 다음 교육에는 참여조차 하지 않는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는 ‘관계 단절’ 때문이다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 특히 고령층에게 디지털 기기를 가르칠 때에는 반복 설명, 정서적 안정감, 신뢰 관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읍·면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대부분 1회성 외부 강사 의존, 개인별 진도 차 미반영, 사후 피드백 부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많은 어르신은 강사가 너무 빠르게 수업을 진행한다고 느끼며, 질문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간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누군가 다시 물어봐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금세 잊고, 결국 ‘나는 못 한다’는 인식을 굳히게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 중심 교육이어야 한다. 읍·면 단위에서도 지역 내 자원봉사자, 청년, 대학생, 은퇴한 교사 등과 연계한 ‘디지털 친구 프로그램’을 구축하면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도 편안한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교육이 ‘가르치고 끝’이지만, 앞으로는 ‘함께하면서 배우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읍·면 단위에서도 소규모 정기 학습 모임, 기술 멘토링 소그룹, 생활기술 동아리 등의 형태로 교육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을 읍·면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할 때
이제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술 훈련이 아니라, 사회 참여와 기본권 보장의 문제다. 특히 읍·면 단위의 고령층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온라인 기반의 행정 서비스에도 연결되지 못하며, 기술에서 멀어지는 만큼 삶의 선택권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교육 정책은 단순히 공급 위주의 강의 배치가 아니라, 읍·면 중심의 실질적 학습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돼야 한다.
첫째, 마을회관, 경로당, 버스정류장 인근에 ‘디지털 쉼터’나 ‘소형 실습소’를 설치해, 언제든지 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읍·면 단위에서 활동하는 복지사나 보건소 인력에게 기초 디지털 교육 코디네이터 역할을 부여해 상시 교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교육 대상자를 연령·숙련도별로 분류해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참여자 스스로 진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은 읍·면 단위의 실정에 맞춰 교육 공간, 교육자, 교육 방식을 모두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포용 사회가 실현될 수 있으며, 기술이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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