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송군은 전체 인구의 약 4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었지만, 청송군의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문자 확인조차 어려운 디지털 소외의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병원 예약, 기초연금 신청, 자녀와의 소통까지 모든 것이 화면 속 버튼 하나로 가능해졌지만, 그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이 너무도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바로 이곳의 어르신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청송군은 2024년부터 ‘찾아가는 어르신 IT 교실’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니라,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층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주는 교육을 목표로 진행됐다. 이 글에서는 직접 수강한 어르신들의 생생한 후기를 중심으로, 디지털 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소개한다. 감정이 담긴 한마디 한마디는 디지털 포용의 시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해주는 증언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처음 마주한 스마트폰의 두려움
청송군 파천면에 거주하는 78세 김모 어르신은 교육 첫날, 강사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걸 못 해요. 기계는 젊은 사람들 거잖아요.” 그러나 강사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전원 버튼만 누르는 것부터 시작해요”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김 어르신은 처음으로 손녀에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하나를 전송했다. 어르신은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날 뻔했어. 내가 손녀한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니…”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기술은 감정의 장벽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버튼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걸 해도 되나?”, “나는 원래 못 하던 사람인데…”라는 자기 의심이 가장 큰 벽이 된다. 청송군 IT 교실에서는 이런 심리적 불안을 인정하고, 기계 이전에 사람과의 관계를 먼저 다지는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교육자들은 “천천히 해도 됩니다”, “실수해도 괜찮아요”라는 말을 반복했고, 어르신들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는 단지 스마트폰 기능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라, 존재감을 회복시키는 경험이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일상에서 마주하던 문제, 교육을 통해 해결되다
청송읍에 거주하는 81세 최모 어르신은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병원 예약 앱을 직접 사용해봤다. 그동안 병원마다 직접 전화하거나 아들에게 부탁했지만, 수업을 듣고 나서 “이제는 내 손으로 예약할 수 있어 좋다”며 뿌듯해했다. 같은 반에 수강 중이던 76세 이모 할머니는 스마트폰으로 기초연금 수령일 확인 문자를 열어보는 법을 배우고, “글씨만 봐도 무서웠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눌러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단순히 앱을 설치하거나 터치 동작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마주했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술을 체감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 읽기, 사진 찍기, 사진 보내기, 날씨 앱 활용 등 생활 밀착형 주제가 중심이 되면서 학습 효과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생활을 바꾸는 힘이다. 수강 후기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 말은 “이제는 자식한테 안 물어봐도 된다”, “내 손으로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자립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학습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서적 배려와 반복 수업의 중요성
어르신 IT 교실의 또 다른 특징은 정서적 공감에 초점을 맞춘 교육 방식이다. 청송군은 IT 전문 강사뿐 아니라 지역 복지사, 청년 멘토, 자원봉사자를 동행 교육자로 투입해, 어르신이 편안하게 질문하고 실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80세 정모 할아버지는 “강사님이 내 옆에 앉아서 천천히 반복해줘서 좋았다”고 말했고, 다른 어르신은 “내가 누르기 전에 기다려주는 게 참 고마웠다”고 밝혔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속도 조절이다. 청송군은 한 기능을 가르칠 때 최소 3회 이상 반복 실습을 하도록 설계했고, 어르신들이 직접 해보고 실패한 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정서적 배려는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서 학습 지속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어르신이 “이 수업은 나를 위한 수업이다”라고 느끼는 순간, 교육에 대한 저항감은 줄어들고, 도전 의지는 높아진다. 청송군의 반복 중심 교육 모델은 기술 습득에 가장 효과적인 심리적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성과와 청송군 모델의 확장 가능성
교육이 끝난 후 청송군은 참여 어르신 140명을 대상으로 자체 만족도 및 행동 변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혼자 스마트폰으로 문자 확인 가능” 87%, “사진 촬영 및 전송 가능” 71%, “가족과의 소통이 쉬워졌다” 92%라는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또한, 수업 이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디지털 도우미 연락망'**을 만들어, 사후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교육을 경험한 어르신이 다른 어르신을 교육하는 구조로 확장된 점이다. 74세 강모 어르신은 수료 후 “우리 마을회관에서 내가 한 번 해볼까?”라며 자원봉사 신청을 했고, 실제로 2명 이상의 어르신이 ‘디지털 튜터 어르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교육 수혜자가 다시 지역 내 교사로 전환되는 자발적 학습 순환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청송군의 어르신 IT 교실은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단순히 외부 강사 중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역의 삶에 밀착된 콘텐츠, 정서적 배려, 반복 중심의 수업 구조, 그리고 학습 후에도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갖춘 이 모델은 다른 농촌 지자체에도 충분히 확장 가능한 포용형 교육 사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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