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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복지관 스마트폰 수업 1년 후…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처음엔 카톡도 몰랐어요. 전화 받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서울 도봉구의 한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수강했던 박○○ 어르신(78세)은 수업 첫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박 어르신은 문자메시지를 열어보는 방법조차 몰랐고, 화면이 어지럽고 작아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6주 과정의 스마트폰 기초 수업을 마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마을 단체 카카오톡방에 들어가고, 손주에게 이모티콘을 보내며, 병원 예약도 앱으로 처리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전국의 복지관에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기초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정부의 ‘디지털 배움터 사업’, ‘찾아가는 튜터링’ 사업 등과 연계된 이 프로그램들은 단기적 수치로는 높은 수강률과 참여율을 보이고 있지만, 수강 이후의 장기적 변화는 얼마나 지속되고 있을까?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복지관 스마트폰 수업 1년 후

 

 

이 글에서는 복지관 스마트폰 수업을 수강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년이 지난 현재 어떤 삶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실제 수강생 1년 추적 인터뷰, 참여 이후의 기술 활용 패턴, 심리·사회적 변화까지 함께 추적한 이 보고서는 단지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어르신 삶의 질이 어떻게 기술을 통해 바뀌었는지를 나타내는 생생한 기록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1년 전 복지관에서 무엇을 배웠나?

2023년 봄, 전국 65개 복지관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기초 스마트폰 수업이 일제히 운영되었다. 이 수업은 60세 이상 고령자 중 문자 확인, 앱 실행, 화면 조작 등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1기당 5~8명으로 구성된 소그룹 실습 수업 형태로 진행되었다.

교육 내용은 스마트폰 켜고 끄기부터, 문자 읽기, 전화 걸기, 사진 촬영 및 전송,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정부24·복지로·건강보험 앱 등 공공앱 활용까지 단계별로 구성되었다. 전체 수강자의 84%가 디지털 기초역량 ‘미달’ 상태였고, 68%가 본인의 스마트폰 설정조차 할 줄 모른다고 응답한 상황이었다.

강의는 주 1회 90분씩 총 6주간 진행되었고, 일부 복지관에서는 고령자를 위해 ‘글씨 키우기’, ‘손떨림 방지 도우미 앱’, ‘말로 문자 보내기’ 등 생활맞춤형 기능도 병행 교육했다. 특히 학습자의 감정 상태를 고려해 “틀려도 괜찮아요”, “다시 천천히 해볼게요”라는 심리적 안정 중심의 수업 분위기 조성이 강조되었다.

이 수업이 끝날 당시, 73%의 수강생이 “이제 문자 정도는 읽고 답장할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간 경우는?

1년 후 수강생의 변화 추적: 기술의 습득을 넘어 삶의 연결로

2024년 여름, 서울·경기·충북 지역 복지관 5곳의 스마트폰 교육 수강자 43명을 대상으로 1년 후 변화 추적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교육을 이수한 어르신들의 생활 속 기술 활용도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 카카오톡 활용률: 수강 전 12% → 수강 후 1년 시점 76%
  • 공공앱 이용 경험률(정부24, 복지로 등): 2% → 44%
  • 스마트폰 기반 병원 예약 경험률: 0% → 18%
  • 영상통화 경험률: 9% → 52%

또한 복지관 내부 조사 결과, 수강생 중 31%는 타인에게 스마트폰 기능을 알려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23%는 스스로 유튜브를 통해 추가 기능을 익혔다고 밝혔다.

박 어르신(78세, 도봉구)은 “이제는 모르는 것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되니까, 뭔가를 남한테 묻는 횟수가 줄었어요. 젊은 사람들만 사는 세상 같던 게, 이젠 나도 같이 있는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이 ‘나도 이 사회의 일원이다’라는 감정 회복이었다. 정보 접근권이 회복되면서 병원 예약을 스스로 하게 되고, 자녀에게 문자를 보내며,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소식을 공유하는 일상이 생겼다.

이런 변화는 고립감과 수치심을 줄이고, 우울감 완화와 자존감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인터뷰 응답자의 87%가 “이전보다 일상이 덜 외롭다”고 말했고, 64%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응답하였다.

디지털 소외계층 수강생의 1년 후 유지 요인은 무엇이었나?

1년이 지난 뒤에도 기술 활용 능력이 유지되고 확장된 배경에는 단지 수업만이 아닌,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

첫째, 복습 가능한 환경 제공이 결정적이었다. 수업 당시 복지관에서 제공한 큰 글씨 매뉴얼, 그림 중심 교재, 동영상 자료 링크 등이 어르신의 반복 학습에 매우 유효하게 작용했다. 일부는 이를 자녀나 며느리에게 보여주며 추가 설명을 듣기도 했다.

둘째, 수업 종료 이후에도 복지관에서 월 1회 ‘스마트폰 다시 보기 모임’을 운영한 사례에서는, 수강자들의 기술 유지율이 비수강자보다 2.3배 높았다. 이 모임은 교육 보완뿐 아니라, 어르신들 간 정보 교환과 공동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셋째, 심리적 안정감과 관계적 지지가 학습 유지의 핵심이었다. 교육 이후에도 튜터에게 질문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이나 전화상담이 마련된 곳에서는, 어르신들이 “틀려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또한, 복지관 측이 스마트폰 학습을 ‘기술 습득’이 아닌 ‘일상 참여와 삶의 연결’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 지속적인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즉, 카카오톡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손주와 연락하기 위해”, ‘QR코드 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할인받기 위해” 배우는 수업 구조가 학습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했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확장 방향: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답이다

이번 1년 추적 리포트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디지털 소외계층도, 배울 수 있고 익힐 수 있으며, 기술은 분명 삶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일시적이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정서 중심 학습 환경’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교육적 보완이 필요하다:

① ‘복지관 디지털 학습 지속지원 센터’ 설치 : 교육 종료 후에도 상시 튜터 배치, 질문 상담, 복습 모임 운영을 가능케 하는 전담 공간 필요

② 디지털 자조모임 형성 지원 : 수강생이 서로 도우며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디지털 소모임 활동비 및 공간 지원

③ ‘디지털 생활 활용 교재’ 표준화 개발 및 배포 : 현장 중심으로 설계된 생활 밀착형 교재(공과금 확인, 병원 예약, 지하철 앱 등)를 고령층 시선에 맞춰 설계

④ 반복 가능성을 전제로 한 교육 커리큘럼 확대 : 단기 교육이 아닌 3개월 반복형·심화형 커리큘럼 체계화 필요

⑤ 디지털 학습과 정서적 지지 연계 시스템 구축 : 교육 중 간단한 심리 점검, 고립감 체크, 복지 상담과 연계해 ‘기술+정서’ 통합 지원 모델 설계

 

이러한 방식이 병행될 때, 복지관 스마트폰 교육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고령층의 정보권 보장, 사회 참여 촉진, 건강한 노년기 구축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디지털은 도구가 아닌 연결이다

이번 1년 후 추적 결과는 분명히 말한다.
디지털 소외계층도 충분히 변할 수 있고, 기술은 ‘연결’이라는 본질로 삶을 바꾼다.
복지관 스마트폰 교육은 단지 화면을 누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어르신을 세상과 다시 연결해주는 통로가 된다.

“기계는 차가운데, 이 수업은 따뜻했어요.”
어느 수강생의 말처럼, 기술의 진짜 힘은 기계 안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옆에 앉아준 사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