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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형 교육 버스, 효과는 있었지만 충분했을까?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키오스크 조작, 모바일 뱅킹, 정부24 민원 신청까지. 이제는 생활의 거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는 시대다. 이에 따라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의 고령층, 장애인,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이동형 디지털 교육 버스’ 사업은 주목할 만한 시도로 떠올랐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형 교육 버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 이동형 교육 버스는, 지리적·물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보완하며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 버스는 장비가 설치된 이동 차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디지털 튜터가 탑승해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체험, 금융 앱 활용, 정보 검색법 등을 1:1 또는 소규모로 제공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좋은 시도’라는 평가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장의 체감도는 어떤지, 지속 가능성은 확보되는지, 단발성 행정 이벤트에 머무르지는 않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형 교육 버스의 실제 효과와 현장 반응, 그리고 구조적 한계와 정책적 개선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이동형 교육 버스’, 현장에서 느껴진 기대와 반가움

충남 보령시 대천읍의 한 마을 회관 앞. 오전 10시, 하늘색으로 래핑된 디지털 교육 버스가 도착했다.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 누구나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노인회 회원 약 10명이 이미 대기 중이었다. 버스 안에는 태블릿PC, 스마트폰 시뮬레이터, 키오스크 모형, 대형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었고, 디지털 강사가 조심스럽고 천천히 수업을 시작했다.

76세의 김 모 어르신은 “작년에 주민센터에서 한 번 배웠지만, 금방 까먹어서 못 썼는데, 이렇게 집 근처까지 와줘서 다시 해볼 용기가 났다”고 말한다. 버스 내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어르신을 위한 낮은 의자도 설치돼 있었고, 화면은 큰 글씨로 설정돼 있었다. 교육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이, 많은 어르신에게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이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게 아니라, 버스가 나에게 온다”는 사실이 물리적 접근성을 해결해주었고, 그 자체만으로 기술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졌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있어서, 찾아가는 교육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교육이야말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중요한 열쇠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이동형 교육의 한계: 반복성 부족과 인력 문제

그러나 이동형 교육 버스가 ‘좋은 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디지털 교육 해법이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한계는 반복 교육의 부재다. 고령층은 새로운 기술을 한 번 배운다고 바로 익히지 못하며, 반복해서 익히고 실생활에 적용해봐야 체화된다. 하지만 이동형 교육 버스는 한 지역에 평균 월 1회 방문하거나, 심지어 분기별로 한 번만 찾는 경우도 많다.

84세의 박 모 할머니는 “처음에 잘 알려줘서 따라는 했는데, 다음 달에는 다른 선생님이 와서 방식이 또 다르더라”며 혼란스러워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이동형 교육 버스는 지역마다 예산과 인력 수급이 달라, 교육 내용과 품질에 차이가 크다. 어떤 지역은 정규 디지털 튜터가 배정되지만, 어떤 지역은 아르바이트 강사로 대체되는 일도 있다.

또한 교육 버스 운영 시간이 짧고 예약 경쟁이 치열해, 정작 배우고 싶은 사람이 참여하지 못하거나, 수업을 받더라도 기초 수준 이상은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도착한 교육’은 반가웠지만, ‘지속되지 못한 교육’은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는 교육이 과연 진짜 포용 교육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건 ‘기술 전달’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체험’

이동형 디지털 교육 버스는 장비와 시스템이 좋더라도, 어르신의 삶과 동떨어진 커리큘럼을 제공할 경우 교육 효과가 낮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으로 은행 이체하기’를 가르쳤지만, 해당 어르신이 사용하는 기기가 구형이거나, 본인 인증을 위해 자녀 명의 휴대폰을 사용한다면 실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은 단순히 기능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기술이 내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고, 직접 체험하게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교육 버스와 연계하여 실제 농협 직원이 함께 방문해 모바일 뱅킹 앱을 시연하고, 은행 계좌를 직접 등록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실질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동행 지원’이 병행될 때, 어르신들의 만족도와 기억률이 훨씬 높아졌다.

기술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꾸는 도구여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는 건 기술로부터의 소외 해소가 아니라, 그 기술이 주는 자존감 회복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 나를 배려한 기술이라는 확신이 동반될 때, 교육은 일회성이 아니라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 버스의 미래: 구조적 보완과 지역 기반 연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형 교육 버스가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 디지털 돌봄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의 반복성과 연계성 보장이다. 현재처럼 한 번 방문하고 마는 구조가 아니라, 매달 고정된 루트로 같은 마을을 정기 방문하고, 같은 튜터가 재방문하여 누적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 분산된 디지털 튜터 인력을 양성하고, 지자체와 교육부, 통신사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지역 내 복지기관, 학교, 주민센터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동형 교육이 제공한 학습이 끊기지 않도록, 오프라인에서도 반복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역 기관과의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교육 버스가 제공한 교육을 바탕으로, 마을회관에서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복습을 도와주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맞춤형 콘텐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모든 연령·계층에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70대 이상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고령이민자 등 각 대상자별로 인지 수준, 사용 기기, 생활 패턴에 맞춘 콘텐츠 설계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포용 교육’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동형 교육 버스를 단지 ‘교육 수단’이 아닌 ‘디지털 권리 복원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 버스는 기술을 전파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술에 소외된 이웃에게 사회가 건네는 손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