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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교육을 기피하는 진짜 이유는 ‘학습 트라우마’ 때문일까?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이를 따라가는 모든 이들의 속도는 같지 않다. 특히 고령층, 그중에서도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디지털은 여전히 두렵고 낯선 영역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체험, 앱 사용법 강좌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많은 고령층이 스스로 교육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현상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눈이 안 보여서”, “기계가 어려워서”라는 이유로 교육 참여를 주저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심리적 요인이 숨어 있다. 바로 과거의 학습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교육을 기피하는 진짜 이유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층이 디지털 교육을 왜 기피하는지, 단순한 기능적 어려움이 아닌 심리적 저항의 구조,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한 심층적 접근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분석해 보자.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단순히 ‘몰라서’가 아니라 ‘상처받아서’ 피한다

“예전에 문해교육 수업에 갔다가 사람들이 웃는 걸 듣고 나왔어요.”
“컴퓨터 배울 때 잘 안 된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왜 이걸 못 하세요?’라고 해서 창피했어요.”

이처럼 디지털 교육을 기피하는 고령층의 많은 사례에서는 단순한 기술 난이도가 아닌, 과거 학습 경험에서 비롯된 정서적 상처가 확인된다. 교육은 본래 도움을 주는 행위여야 하지만, 무지함을 드러내는 상황, 비교당하는 분위기, 실수했을 때 창피를 당한 경험은 오히려 학습자에게 “나는 원래 못한다”는 자기 낙인을 강화시킨다.

특히 학령기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일찍 중단한 세대에게는 공식 교육 장소 자체가 위축감을 주는 공간일 수 있다. “학교 다닌 적이 없어서 칠판만 봐도 긴장된다”는 말은 단지 표현이 아니라, 실제 심리적 거부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에게는 새로운 기술이 ‘도전’이 아니라 ‘과거 상처의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반복 학습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트라우마를 공감하고 회복시키는 ‘정서적 지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방식이 고령층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에게 제공되는 많은 교육은 시간이 제한되고, 기능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과 중심의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은 ‘지금 당장 따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고,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거나, 스스로 수업에서 물러난다.

예를 들어, “이제 앱을 켜볼게요”, “설정에서 무음 모드를 눌러보세요” 같은 말은 젊은 세대에게는 당연한 안내지만, 어르신에게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모르면 빨리 물어보세요라는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으며, 결국 모르는 것을 감추고 포기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어떤 수업에서는 강사의 말이 너무 빠르고, 다른 수강생은 이미 진도를 나가고 있어, “내가 민폐인가?”라는 생각에 조용히 교육장을 빠져나가는 어르신도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분위기의 문제다.

디지털 교육이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도 어렵지만, 다음에 더 어려워질까 봐 아예 시작하지 않겠다’는 방어적 태도가 고령층 사이에서 확산된다. 이는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이 평생 ‘기술 바깥’에 머물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될 것이다.

반복 교육만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학습의 상처’, 정서적 회복이 먼저다

어르신의 디지털 교육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심리적 안정감과 감정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학습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 반복 교육이 효과를 가지려면, 학습자가 실수해도 괜찮다는 느낌, 틀려도 기다려줄 거라는 믿음,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경상북도 문경시의 한 마을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시작하기 전, ‘내가 배워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을 10분간 서로 확인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을 도입했다. “우리 모두 처음입니다”, “처음엔 다 틀릴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학습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자, 교육 중 중도 포기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동일 연령대의 어르신이 조금 먼저 배운 입장에서 멘토 역할을 하게 되면, 상호 위축 없이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난다. 정서적으로 지지받는 학습 환경은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훨씬 강력한 회복력을 만든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학습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기 조작법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오며 겪은 수치심, 배제감, 비교에 대한 두려움이 누적된 감정의 결과이며, 이를 존중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교육만이 진짜 기술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교육, ‘기술’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사람’

디지털 교육은 기술을 전달하는 일인 동시에,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을 위한 교육은 기능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 심리 회복 중심, 맥락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디지털 교육 현장에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틀려도 되는 분위기’, ‘반복 질문이 환영받는 구조’, ‘비교하지 않는 평가’ 등을 포함하며, 교육자의 태도가 그 핵심이다.

둘째, 기존의 강사 중심 수업에서 탈피해, ‘동년배-동행 학습’ 모델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미 배워본 경험이 있는 어르신이 다른 어르신을 도와주는 구조는 위계보다 공감이 우선되는 관계 안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셋째, 디지털 교육을 받기 전에 ‘디지털 교육을 왜 두려워하는가’에 대한 사전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심리적 상태를 진단하고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는 곧 맞춤형 수업 구성으로 이어지고,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게 막는 예방 장치가 된다.

넷째, 디지털 포용 정책에서 ‘감정 회복’을 포함한 교육 예산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기기 보급과 조작법 교육에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감정과 경험, 인간 관계까지 포괄하는 교육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은 결국 사람이 쓰는 도구다. 사람이 상처 입은 채 기술만 배운다면, 그 배움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회복하고 존중받는 학습자가 되는 것, 그 시작은 상처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교육자와 사회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