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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지방 중소병원 키오스크 도입 후 진료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지방의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무인 접수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인력 절감과 행정 효율화를 이유로 키오스크 설치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특히 진료 접수·수납·처방전 발급 등의 과정이 자동화되고 있다. 겉보기에 병원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지방 중소병원 키오스크 도입 후 진료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환자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층, 즉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병원 방문조차 심리적으로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지만, 접수라는 ‘첫 관문’에서부터 기계 앞에 서야 하는 이들은 치료받는 사람이 아니라 배제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 중소병원 키오스크 도입 이후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의 진료권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와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디지털 포용 의료환경을 위한 개선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키오스크 도입 이후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게 되다

충청북도 보은군의 한 내과 병원 앞. 74세 이모 어르신은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당황했다. “예전엔 간호사 선생님이 이름만 말하면 접수해줬는데, 이제는 기계가 있더라고요. 뭘 눌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앉아 있었어요.” 그는 30분 넘게 접수를 못 하고 있다가 간호사가 눈치채고 다가온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에게 병원 키오스크는 단순히 ‘불편한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병원 문턱을 높이고, 의료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23년 한국의료정보학회 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도입 병원 중 65세 이상 고령자 환자의 무인 접수 성공률은 27%에 불과하며, 이 중 48%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접수할 수 있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병원에서는 별도의 안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고령층은 ‘기계 앞에서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병원을 가는 것’ 자체를 꺼리게 만들며, 의료권 자체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충남 예산군에서는 키오스크 설치 후 고령 외래환자 수가 3개월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진료권 침해, 병원 안에서조차 ‘나는 환자가 아닌 느낌’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에게 병원 키오스크는 정보 기술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이다. 기계 앞에서 실수하거나, 화면을 잘못 눌러 되돌릴 수 없게 되면 **“나 때문에 병원 업무가 늦어질까 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스스로 병원 이용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어떤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은 금방 하던데, 나는 서 있기만 해도 눈치 보인다”며, 아파도 병원 대신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한 어르신이 키오스크 조작 중 중복 접수가 되어, 진료비가 이중 청구된 적도 있었다. 그는 그 이후 병원 방문을 중단했고, 당뇨 합병증이 악화돼 결국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처럼 진료라는 본질에 접근조차 못하게 만드는 기술 구조는 의료 시스템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요소가 된다. 특히 의료기관에서조차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기계에 의존하게 되면, 디지털 소외계층은 존재 자체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접수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고령층이 진료 대상자가 아닌 ‘불편한 존재’로 여겨진다면, 이는 단순한 이용 불편을 넘어 기본권 침해 수준의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지방 중소병원 키오스크 운영 실태, 시스템이 어르신을 배려하고 있는가?

많은 중소병원은 공간과 인력, 예산의 제약 속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족하다.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작은 글씨와 복잡한 선택 메뉴, 빠른 시간 내 입력을 요구하는 UX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노인용 모드가 따로 마련된 경우는 드물다.

또한, 병원 로비에는 보조 인력이나 상담 인력이 상시 배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작 실패 시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사실상 부재하다. 키오스크 오류나 두려움을 호소하는 어르신을 보고도 의료진이 즉시 개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은 ‘병원이 고령층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인식을 형성하며, 결국 병원 이용률 감소, 치료 시기 지연, 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더불어 일부 병원은 “노인 환자들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키오스크만 운영하고 접수 창구는 폐쇄한 경우도 있어, 실질적 의료 배제가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기술과 사람의 균형을 유지하는 환경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키오스크를 도입했다면, 반드시 보완적 인력과 시스템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키오스크 개선 방안,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디지털 소외계층의 진료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단순한 키오스크 설치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기술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의료기관은 키오스크 도입 전 '사용자 접근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시력·청력·인지 능력이 낮은 사용자가 직접 실험을 통해 메뉴 구성을 평가하고, 노인 친화형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야 한다. 글씨 크기 확대, 음성 안내, 단계 축소 등의 기능은 기본이다.

둘째, 중소병원에도 ‘디지털 안내사’ 배치를 지원하는 정책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접수 시간대에 한정해서라도 고령층을 도울 수 있는 공공인력 혹은 청년 일자리와 연계된 보조 인력을 배치한다면, 어르신은 병원 방문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다.

셋째, 고령층 대상 키오스크 체험 교육을 지역 보건소 및 경로당 중심으로 상시화해야 한다. 실제 기계와 동일한 구조의 모형을 통해 연습하고, 병원 이용 전 사전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비선호층’이 선택할 수 있는 오프라인 창구 보장 제도가 법제화돼야 한다. 고령자, 장애인, 정보 약자는 기계 대신 사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은 치료의 공간이어야 한다. 누구든, 어떤 연령이든, 어떤 기술 능력을 가졌든 차별 없이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기술은 효율을 만들지만, 배려 없이는 사람을 밀어낸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병원이 문턱이 아니라 문이 되려면, 우리는 다시 기술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