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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농촌 여성 노인, 디지털 문해력 없이 살아가는 하루의 기록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스마트폰 사용, 키오스크 주문, 앱 기반의 버스 시간 확인, 온라인 병원 예약 같은 일상이 농촌의 고령층 여성에게는 여전히 낯선 기술의 연속이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조차 어려웠던 60~80대 여성 노인의 경우, 기술에 대한 접근 기회 자체가 제한돼 있었고, 지금도 디지털 교육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계층으로 남아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농촌 여성 노인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통해 고령층을 위한 기초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화면을 보고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벽에 가로막힌다. 글씨를 읽을 수 있어도, 그 기능의 맥락이나 사용 이유를 알지 못하면 정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 글은 충청북도 단양군 한 농촌 마을 여성 노인의 하루를 따라가며, 디지털 소외계층으로서 그녀가 겪는 불편과 고립, 그리고 정보 접근의 사각지대를 직접 조명한다. 단순히 기술 사용의 문제를 넘어, 디지털 문해력 부재가 삶의 선택권과 존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농촌 여성 노인의 아침, 문자 하나 해석 못해 병원을 포기하다

아침 8시. 78세 이모 할머니는 전날 받은 문자 한 통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방접종 대상자 안내. 4월 12일까지 예약 바랍니다.” 문자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지만, 이 할머니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화하라는 말도 없고, 예약은 어디서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딸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바쁜 아침 시간이라 통화가 어렵고, 이내 할머니는 “그냥 안 맞는 게 낫겠다”며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은 정보에 접근은 하지만, 해석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잃는다. 접종 장소, 절차, 대상 여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그날 오전,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디지털 교육은 이미 끝난 지 오래였다. “그때 배웠던 게 뭔지는 기억 안 나요. 그거 한번 배우고 끝이었거든요.” 그녀가 받은 교육은 기초 조작법 위주였고, 일상 속 정보 해석이나 실제 행동으로의 연결은 교육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결국 기술은 사용법만 배워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의 오후, 키오스크 앞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할머니는 읍내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나갔다. 마트 옆 분식집에 들렀지만, 식당엔 사람이 없고, 무인 키오스크만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나와서 받아줄 줄 알았어요. 기계만 있어서 그냥 나왔어요. 괜히 부끄럽더라고요.”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 여성은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자체보다,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위축이 더 크다. 눈이 침침해 글씨를 읽기 어렵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반응이 없고, 다른 사람이 눈치 주는 상황에서 키오스크를 시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먹었다. “아무것도 못 먹고 돌아올 때는 내가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것 같아서 서러웠죠.” 키오스크가 일상화된 지금,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배고픔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술이 된 셈이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로 인해 누군가의 식사권, 이동권,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구조적 차별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의 저녁, TV 뉴스가 불안만 키우는 이유

저녁이 되자 이모 할머니는 TV 뉴스를 보며 유튜브도 틀어보려 했다. “젊은 사람들은 그걸로 많이 본다 하길래…” 하지만 검색 창에 글씨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고, 검색어도 모호했다. 마침 TV 뉴스에서는 ‘노년층 대상 보이스피싱 급증’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할머니는 다시 리모컨을 껐다. “괜히 뭐 잘못 누르면 나도 피해자 되는 거 아냐?”

디지털 소외계층의 특징은 정보가 있어도 그것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는 양극화된 정보 수용 구조에 있다. 할머니는 유튜브에서 본 ‘무릎에 좋은 민간요법’을 따라 하다 멍이 들고, 자녀에게 걱정을 산 적도 있다. “영상에서는 다들 좋다 하던데… 나만 이상한가 싶었죠.”

정보의 유통이 빠르다고 해서 그 정보가 곧 유익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구별하고 해석하고 자기 삶에 맞게 판단하는 디지털 문해력이 없으면, 정보는 혼란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교육은 이 '문해력'을 가르치지 않는다.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을 위한 문해력 중심 교육, 어떻게 가능할까?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을 위한 교육은 단순한 ‘조작법 전달’이 아니라, 정보 해석 중심의 반복형 생활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기능이 아니라 맥락 중심으로 교육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앱을 여는 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앱에서 보여주는 정보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 정보를 어떻게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알려줘야 한다.

둘째, ‘반복과 체험 중심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일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예약 앱을 배우면 그 자리에서 예약을 시도해보고, 식당 키오스크 기능을 배웠다면 인근 가게에서 직접 주문해보는 실습으로 이어져야 한다.

셋째, 동년배 여성 어르신들의 멘토링 구조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같은 연령대의 ‘조금 먼저 배운’ 어르신이 강사보다 더 친근하고, 질문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과 반복 학습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문해력을 정규 교육과정과 지역 복지 서비스에 통합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지급하는 정책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기기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힘, 즉 해석력과 실천력이다.

기술의 시대, 인간의 존엄은 속도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해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은, 지금도 농촌 마을 한 귀퉁이에서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디지털 소외계층 여성 노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