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 도서관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는 정보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소외계층을 사회로 다시 연결하려는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읍·면 단위에서는 주민센터나 복지관 외에 도서관이 교육 거점 역할을 하면서, IT 기초 교실의 허브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의도는 훌륭하고 필요성도 분명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수강한 어르신의 절반가량이 수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을 시작한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마치는 비율은 저조하고, 마친 사람도 실생활에서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방 도서관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이 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지, 중도 포기자가 생겨나는 원인, 교육 설계의 문제, 그리고 실제 개선을 위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겉보기에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그램 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실패 요인을 들여다보는 일은, 진정한 디지털 포용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교육을 포기하는 결정적 이유: ‘속도 차이’
충청북도 괴산군 A도서관에서는 2024년 상반기 동안 총 6기 스마트폰 기초반을 운영했다. 회차당 12명의 어르신이 참여했지만, 매 기수 평균 5명 이상이 2회차 이후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서관 측은 “내용이 어렵거나 강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1회차에 스마트폰 전원 켜기와 화면 터치, 2회차에는 문자 보내기, 3회차에는 카카오톡 설치와 대화 시도, 4회차에는 QR코드 스캔 및 키오스크 앱 활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단 4회 수업으로 어르신이 스마트폰의 기초 기능과 필수 앱을 모두 익힌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70대 이상 고령자는 기술을 단시간 내에 이해하고 숙달하기 어렵다. 문자 인식부터 메뉴 구조 파악, 손가락 터치의 위치와 압력까지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이해’보다 중요한 건 반복과 안정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 수업은 ‘강의 중심’으로 운영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다.
어르신들은 “따라가려니 조급해지고, 모르면 민폐 같아서 그냥 안 나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자기 비난과 위축 속에서 만들어진 학습 중단이며, 속도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아니라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한 교육의 한계로 보인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핵심은 ‘정서적 안전감’인데, 설계에서 빠져 있다
교육을 중도 포기한 어르신들에게 “왜 그만두셨나요?”라고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창피해서요”이다. 누군가는 반복해서 질문하고, 누군가는 멘토에게 물어볼 엄두도 못 내고, 누군가는 한 번 실수한 뒤 다시 시도하지 못한다. 기술 습득 이전에 ‘심리적 방어막’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도서관 교육은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강사 1명, 보조인력 1~2명 체제로 진행되며, 1:1 개별 지도가 어렵다. 실습 시간도 강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강사의 진행 속도에 맞춰 따라가야 하므로, 모르는 내용을 놓치면 바로 포기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실수했을 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쿠션’이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어르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 자체보다, 실수해도 되는 분위기, 질문해도 미안하지 않은 관계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은 여전히 ‘설명 – 실습 – 과제’라는 일반적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서적 안전감을 고려한 설계가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는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학습이 아니라 '불안한 도전'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교육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한다. 결국 어르신은 “나는 역시 못 해”, “배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더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 대상자의 눈높이를 모르는 프로그램 기획, 현장의 괴리감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단지 기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익히기 위해 필요한 용어, 인지방식, 학습 경험 자체가 다른 세대다. “앱을 설치하세요”, “설정으로 들어가세요”, “인증서를 등록하세요” 같은 표현은 많은 어르신에게는 이해 불가능한 외국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 도서관 스마트폰 교육은 이해를 돕기 위한 시청각 자료나 교재가 부족하거나, 문서 중심의 안내서만 제공되고 있다. 어떤 도서관에서는 오히려 공무원이나 민간 협력단체에서 받은 ‘디지털 교육 메뉴얼’ 그대로 사용하면서, 지역 상황과 어르신 수준에 맞춘 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교육 시간과 장소 역시 어르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전 10시 수업은 농사짓는 고령층에게는 참여가 어렵고, 도서관까지 이동 수단이 없는 어르신에게는 접근성 자체가 떨어진다.
결국 교육은 있지만, 참여가 불편하고 내용이 어렵고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구조가 반복되며,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교육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 되고 만다. 이것은 시스템의 실패이지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지방 도서관의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먼저, 커리큘럼은 ‘기능 전달’이 아닌 ‘행동 실습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QR코드 기능 설명’이 아니라 ‘마을 카페에 가서 실제로 찍어보기’, ‘카카오톡 이론 설명’이 아니라 ‘손자에게 직접 메시지 보내기’처럼 실생활 연계 방식이 효과적이다.
둘째, 반복 가능한 개방형 수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이 4~6회 고정 수업이지만, 정기 순환형으로 운영해, 중도 이탈자도 다시 쉽게 재입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셋째, 심리적 지지 구조를 위한 ‘디지털 친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청년 멘토와 어르신을 1:1로 매칭해, 실수해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감정적 안전감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지역 디지털 교육 거점이자 생활 실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실습 존, 키오스크 모형, 복습 콘텐츠 영상존 등을 마련하고, 어르신이 자유롭게 오가며 물어볼 수 있는 열린 학습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구성원이다. 그들의 속도에 맞춰 걷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포용 교육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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