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키오스크, 모바일 앱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는 전문 강사나 디지털 학습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자원봉사 중심 디지털 교육’이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동네 청년, 대학생, 은퇴한 교사 등으로 구성되며,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키오스크 조작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공공기관의 예산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긍정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모델은 교육 품질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도시에서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교육의 실제 장점과 한계를 냉정히 분석하고,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보다 실효적인 지원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에 자원봉사 모델이 가지는 장점: 접근성·정서적 친밀감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층에게 있어 가장 큰 장벽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접근성과 정서적 불안감이다. 이때 자원봉사자 중심의 교육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첫째, 지역사회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빠르게 접근 가능한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마을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 스마트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 디지털 센터나 평생학습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는 ‘거리의 장벽’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다.
둘째, 자원봉사자는 공식 강사보다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고 부담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은 “선생님한테는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이 친구한테는 계속 물어봐도 미안하지 않다”고 말하며 오히려 학습 지속률이 높아지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셋째, 자원봉사자와의 반복적 관계를 통해 기술 학습을 넘어 인간적인 연결까지 생긴다. 어떤 마을에서는 ‘디지털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1:1 동행 학습을 도입했는데, 여기서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시장을 돌며 키오스크를 실습하는 등 일상과 연결된 학습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는 일반적인 단기 강의로는 절대 제공할 수 없는 ‘삶의 맥락형 교육’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에서 자원봉사 중심 모델이 가진 구조적 한계
그러나 따뜻한 마음과 선의만으로는 꾸준한 교육 효과와 체계적인 학습 성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자원봉사 중심의 디지털 교육은 근본적으로 ‘비정규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속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
첫째, 자원봉사자 구성은 유동적이며, 중단·결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학업, 직장, 가정 등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봉사활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부재나 중단이 빈번하다. 실제로 충청북도 옥천군의 한 마을에서는 대학생 봉사자들이 방학 동안만 활동한 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둘째, 교육 품질과 내용 구성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는 디지털에 익숙하긴 해도 교육 설계와 전달 능력을 갖춘 전문 강사는 아니며, 어르신의 인지 특성이나 반복 학습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오히려 어르신이 “배웠는데도 또 모르겠다”며 자책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자원봉사자와의 세대 간 감정적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너무 빠른 설명이나 전문 용어가 부담스럽고, 반면 봉사자는 반복적인 질문에 피로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는 관계가 학습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육의 리스크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자원봉사 중심 디지털 교육은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방 소도시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공공성과 민간성, 그 사이에서 균형 필요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은 공공이 책임져야 할 사회적 기본권 보장 영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읍·면·동까지 디지털 전문 강사를 상시 배치하거나 예산을 투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원봉사 기반 모델은 보완적 도구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자원봉사 교육이 본래의 ‘보완적 기능’을 넘어서, 사실상 전담 운영 역할을 맡게 되면서 발생한다. 즉, 본래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을 ‘좋은 사람들의 헌신’에 의존해 버리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서비스 품질의 불균형과 소외 지역의 확대가 뒤따를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교육 자료, 교육 방식, 수료 기준 등에서 가이드라인 없이 자율에 맡겨진 경우가 많아, 교육 효과가 측정되지 않고 반복 학습 체계도 구성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중복 운영, 비효율, 교육의 무력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제도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초교육은 공공이, 일상 동행 교육은 자원봉사자가, 전체 운영은 민간 교육기관이 위탁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기반 교육의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
지방 소도시에서 자원봉사 기반의 디지털 교육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기관은 자원봉사 활동을 단순히 ‘무료 인력’으로 보지 않고, 지역 디지털 돌봄 인프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봉사자에게 정기 교육을 제공하고, 기초 교육 매뉴얼, 수업 자료, 피드백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보조 시스템이 함께 운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활동 시간에 따라 교통비·식비 등 실비를 지원하고, 일정 기준 이상 참여 시 디지털 교육 인증서 발급이나 대학 활동 실적 인정 등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셋째, 자원봉사자를 보완하는 상시 교육 공간이 지역에 존재해야 한다. 즉, 주민센터, 도서관, 마을회관 등에 ‘디지털 정보복지 공간’을 상설화하고, 자원봉사자는 그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활동해야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반복 가능한 학습 구조가 마련된다.
넷째, 지방정부는 자원봉사자 중심의 디지털 교육이 종료되지 않도록 ‘학습자 이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르신 한 명이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단계를 반복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지만, 사람은 천천히 배운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이 속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는 그만큼 정교하고 촘촘해야 한다. 자원봉사자의 선의가 구조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갖추려면, ‘따뜻한 마음’ 위에 ‘공공의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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