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마무리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거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식사를 고르고 결제하는 일은 이제 무인 키오스크로 대체된 지 오래다. 병원, 극장, 공공기관, 지하철, 심지어 마트 계산대까지 키오스크가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잊혀진 이들이 있다. 바로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고령층이다.
서울 강북의 한 햄버거 가게 앞, 키오스크 화면을 10분 넘게 바라만 보고 있던 80대 어르신의 모습은 단지 주문을 망설이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움이 없으면 나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언의 표현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이 배제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일상의 기본적인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이 어르신의 모습은 비단 개인적인 어려움이 아닌 사회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는 단면이었다. 본 글은 키오스크 앞에서 겪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마주한 현실을 조명하고, 왜 ‘지금’ 교육이 필요한지, 그 교육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무인 기술이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이 되어가는 지금, 교육의 시급성과 현장 중심 접근의 중요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멈춰 선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현실
키오스크 앞에 선 고령자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처음 몇 초는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시작되지만 곧 불안과 당황으로 표정이 굳어간다. 화면에 나타난 다채로운 메뉴, 영어와 외래어가 섞인 상품명, 작은 글씨와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은 어르신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문자를 몰라서 못 고르겠더라”, “옆에서 누가 보는 것 같아서 빨리 해야 하는데 손이 떨려”, “무엇을 먼저 눌러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충청남도 논산시의 한 어르신은 병원에서 수납을 하려다 키오스크 사용에 실패하고 30분을 대기한 끝에 겨우 직원을 통해 결제를 완료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병원을 옮겼고, 그 이유는 ‘다시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 순간 키오스크는 단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자존감을 꺾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한두 명의 예외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어느 시간대건 키오스크 앞에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쩔쩔매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모습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단지 기계를 다루는 기술 부족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디지털 기술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모든 것을 ‘누르면 된다’고 전제하고 있는 키오스크 시스템은, '못 누르는 사람은 고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비자각적으로 전달한다. 그 결과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라 여기게 되고, 사회적 고립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체감한 키오스크 불안의 정체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겪는 감정은 단순한 불편을 넘는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장 상태에 들어가고, 실수를 할까 봐 손을 떼고 마는 경우도 많다. 이 감정은 오랜 시간 사회로부터 학습된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낙인의 결과이기도 하다. 더불어 주변의 시선, 시간 압박,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분위기 등 외부 요인 역시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서울 관악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관찰된 사례에서는, 75세 김모 어르신이 주문을 시도하다가 ‘카드 삽입 후 제거’라는 문구가 나타나자 당황하여 결제를 중단하고 매장을 나섰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기계가 나를 혼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보는 누군가의 시선이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앞에서 단지 기술이 아닌,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자존감을 잃고 위축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원도 원주의 한 복지사는 “스마트폰도 처음에는 배우려 하시던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때문에 다시 겁을 먹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제로 60대 후반~80대 초반 고령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 사용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 중 72%는 ‘다시는 시도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지 기술 교육의 기회를 잃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키오스크 대응 중심의 디지털 교육,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은 기술 위주, 일률적인 전달, 짧은 단기 수업 등으로 한계가 많았다. 이제는 교육의 내용과 형식 모두 현장 중심, 감정 중심, 반복 학습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키오스크 앞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은 ‘기계 조작법 부족’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의 대처 능력 부재’다. 따라서 교육은 실제 매장, 병원, 공공시설 등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실습형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사례 중 하나는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진행된 ‘키오스크 리허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패스트푸드점, 은행, 주민센터와 협력하여 실제 공간을 교육 장소로 활용했다. 어르신들은 가상의 주문 상황을 연습하고, 결제까지 반복 실습하면서 익숙해질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졌고, 교육 후에도 1:1 후속 지원을 통해 실생활에서의 정착을 도왔다.
또한 키오스크 교육은 감정 치유와 동기 부여를 함께 다루어야 한다. 키오스크 앞에서 위축된 경험이 있는 어르신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교육 전에 참가자의 키오스크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포함시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결과적으로 수업 몰입도와 반복 참여율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키오스크 교육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화된 공공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는 것이다. 주민센터, 노인복지관, 도서관 등 일상적으로 방문 가능한 공간에 상시 체험존과 교육 코너를 마련하고, 일정 주기로 교체되는 기기 실습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어르신들이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변화
키오스크 앞에서 10분을 망설이다 돌아서는 어르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로,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소외계층 전용 모드가 탑재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글씨 크기 확대, 음성 안내, 버튼형 인터페이스, 다국어/그림 기반 메뉴 구성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 기능이 기본값으로 탑재되어야 하며, 이를 민간 매장에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로, 공공장소 및 민간 서비스 공간에는 디지털 도우미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 현재 일부 지하철역과 병원에서는 안내 인력이 제한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고객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특히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병원, 마트, 패스트푸드점에는 최소한 시간대별 디지털 지원 인력이 존재해야 한다.
셋째로, 교육을 받았더라도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후 관리 체계가 절실하다. 많은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도 현장에서 다시 당황하는 이유는, 학습한 지식이 실제 환경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 후 일정 기간 동안 ‘키오스크 동행 서비스’ 또는 ‘디지털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자원봉사자나 청년이 어르신의 키오스크 활용을 현장에서 함께 도와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를 개인의 적응 노력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사회적 책임이자, 공공성 회복의 문제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공정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키오스크 앞에 선 10분간의 침묵을 ‘배움의 기회’로 전환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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