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소통’은 더 이상 단순히 말과 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전자문서, 키오스크, 영상통화, 모바일 앱을 통해 행정, 금융, 복지,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정보가 전달되고 처리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점점 더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복지 혜택 신청부터 병원 예약, 주민센터 민원처리까지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해보세요’라는 말로 대체될 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일상적인 공공 서비스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최근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소통의 날’이라는 행사를 기획·운영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소통의 날’은 행정기관이 주민과 함께 기술의 장벽을 넘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날로,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행정, 지역 사회가 서로 디지털을 통해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이 행사는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정보와 사람의 연결’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린 디지털 소통의 날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그 구성 방식, 디지털 소외계층의 참여 변화, 체감 효과,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도 주체로 설 수 있었던 행사 구성 방식
충청남도 논산시의 ○○동 주민센터에서는 지난 봄, ‘디지털 소통의 날’을 처음으로 운영했다. 주민센터는 본 행사 전 한 달 간 지역 내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가정을 방문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사전 신청을 유도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행사장소는 주민센터 1층 강당과 마을회관 두 곳으로 나눠 운영되었고, 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전담하여 안내부터 실습까지 도왔다.
행사는 크게 네 가지 구역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디지털 민원 체험존’으로, 주민등록등본 출력, 정부24 활용, 전자도장 등록 등 일상적인 민원처리를 스마트폰이나 무인단말기로 실습해보는 공간이었다. 두 번째는 ‘스마트 생활존’으로, 키오스크 주문, QR코드 스캔, 버스 앱 활용 등 생활 밀착형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세 번째는 ‘디지털 상담존’으로,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폰 환경 설정, 사용 중 문제 해결, 보안 강화 방법 등을 1:1로 도와주는 구역이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나눔존’은 주민이 서로 배운 기술을 공유하거나, 경험담을 발표하며 격려하는 마을 회의 형식의 공간이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한 점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체험 부스에는 큰 글씨와 그림 중심의 설명판이 부착되어 있었고, 한 문장 한 문장 설명을 읽어주는 오디오 가이드도 함께 제공되었다. 현장에는 스마트폰 기종별로 실습용 기기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참여자가 사용하는 기기와 동일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참여자가 어떤 질문을 해도 눈치를 보지 않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일부 부스에는 고령자 전담 보조 강사를 따로 배치해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였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참여 변화와 체감 효과
‘디지털 소통의 날’은 단순히 강의나 시연 위주의 행사가 아니었다. 직접 만지고 눌러보며, 실수해보고 다시 해보는 체험 중심의 구조 덕분에 디지털 소외계층 참여자들은 단시간 내에 실질적인 사용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70대 중반의 김모 어르신은 “예전엔 공공기관 문자만 와도 겁이 났는데, 오늘은 그 문자 누르고 들어가서 글자를 읽어봤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이후 복지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 전송’을 시도했고, “이렇게 편한 걸 왜 이제야 알았나 싶다”고 말했다.
참여자 대부분은 '기계는 내가 못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두었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나는 그런 거 못해”, “젊은 사람들 하는 거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직접 성공적으로 버튼을 누르고 앱을 실행해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체험 이후 진행된 간단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참여자의 94%가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89%가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 후 주민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민원 관련 문의가 2주간 약 30% 감소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교육 효과를 넘어서, 참여자들이 실질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고령자는 행사 이후 스마트폰으로 건강보험공단 알림을 확인하거나, 주민센터에 카카오톡으로 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행동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단지 ‘배우는 대상’이 아닌, 사회적 소통의 주체로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행사 운영을 통한 지역 커뮤니티의 긍정적 변화
‘디지털 소통의 날’이 남긴 또 하나의 성과는,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 간의 관계 회복과 새로운 역할 재정립이다. 이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50대 주민은 “내가 스마트폰을 좀 할 줄 안다는 게 누군가에겐 이렇게 도움이 되는 일인 줄 몰랐다”며, 평소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데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어르신들이 한 번 배우고 다시 오셔서 ‘저번에 배운 거 또 해보려고요’라고 말할 때, 정말 뿌듯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행사가 단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지역 사회 전체의 경험으로 확산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중학생들도 고령자의 실습을 돕는 역할을 맡으며,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에게 배움을 청했고, 청소년들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상호 존중의 경험을 쌓았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의 전수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더 큰 사회적 효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주민센터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디지털 도움센터’를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매주 한 차례 ‘디지털 민원 도우미’가 상주하여 스마트폰이나 무인 민원 단말기 사용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학습과 실습이 가능해졌다. 일회성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소통의 날’이 나아갈 방향
이번 ‘디지털 소통의 날’은 주민센터 주도의 행사였지만, 그 성격은 단순한 디지털 교육을 넘어 사람과 기술, 지역과 개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행사가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정기적 운영과 지속성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는 계절별 혹은 분기별로 단발성 행사가 열리지만, 고령자나 디지털 소외계층은 반복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매월 정기적인 ‘디지털 체험의 날’을 운영하거나, 상시 부스를 마련해 두는 방식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둘째, 주민 주도형 기획 구조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행사처럼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주민의 수요 조사가 적극 반영되었을 때 효과가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기획 단계부터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이 진정한 수혜자가 아니라, 참여자이자 주체로 역할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연령과 관심사별 맞춤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고령자뿐만 아니라 중장년, 외국인 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디지털 소외계층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각 계층의 실생활에 맞춘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게는 병원 예약이나 정부 서비스 앱 사용을 중심으로, 중장년에게는 금융 앱이나 키오스크 이용 중심으로, 청년이나 외국인에게는 공공기관 민원 처리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기관과 지역 커뮤니티 간의 협력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 주민센터 혼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도서관, 복지관, 교육청, 민간 IT 교육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풍부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이 언제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디지털 안전망을 구축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30인의 이야기, ‘스마트폰 하나로 달라진 생활’ 생생 후기 모음 (0) | 2025.07.21 |
---|---|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를 위한 농협 창구 직원의 1:1 스마트폰 수업 사례 분석 (0) | 2025.07.21 |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위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 운영 사례와 성과 분석 (0) | 2025.07.20 |
디지털 소외계층 참여 높인 지방 소도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 주민 반응 분석 (0) | 2025.07.20 |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재능기부, “나도 선생님 할 수 있어요” (0) | 2025.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