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스마트폰은 익숙한 일상의 도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기계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령층은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장비 하나로 인해 사회와 점점 멀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 특히 농촌과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들은 정보 접근성은 물론, 일상 속 편의 서비스 이용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커뮤니티,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이 손잡고 ‘디지털 포용’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바로 스마트폰이 있다. 이제 어르신들도 직접 건강관리 앱을 활용하고, 키오스크를 조작하며, 손주와 영상통화를 나누고, 정부24를 통해 민원서류를 출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기기를 다루는 법을 익힌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에 한 발짝 다가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속했던 지방 어르신 30인이 직접 전한 스마트폰 이후의 삶의 변화, 경험, 감정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시사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각 후기에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실질적인 생활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아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처음의 불안’을 넘은 이야기
스마트폰 교육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을 물었을 때, 거의 모든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단어는 ‘겁’, ‘두려움’, ‘창피함’이었다. 경북 안동에서 교육을 받았던 74세 박정순 어르신은 “문자 하나도 못 보내고 그냥 전화만 했는데, 앱은 그냥 젊은 사람들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키오스크가 설치된 식당에 가면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고, 스마트폰 화면에 이상한 버튼이 보이면 아예 전원을 꺼버리는 습관까지 있었다.
충청북도 제천의 76세 최명수 어르신은 손자에게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가 “그걸 왜 모르냐”고 핀잔을 들은 경험 이후 스마트폰을 아예 서랍에 넣어버렸다. 그러던 중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디지털 기초 교육을 통해 ‘한글 자판 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문자로 ‘밥 먹었니?’를 처음 보낸 날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내가 먼저 손자에게 말을 건넬 수 있으니, 내가 다시 사람 된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처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을 때, 복잡한 아이콘과 알림에 혼란을 느꼈다는 전북 정읍의 80세 김화자 어르신은 “배터리가 빨리 닳으면 고장난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 역시 ‘설정’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몰랐고, 비밀번호 입력도 어려워 처음엔 세 번 이상 입력 오류로 앱 실행을 못 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주민센터 안 가고도 서류 출력하는 방법을 안다”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처음의 벽’이 존재했지만, 그것을 넘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실생활 변화, 디지털 소외계층의 일상이 달라지다
스마트폰 사용 능력이 향상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의 실생활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특히 이동과 건강, 행정 서비스, 금융 분야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이천의 73세 이재호 어르신은 “예전에는 버스 시간도 몰라서 무작정 정류장에 나갔는데, 지금은 버스 앱을 켜고 실시간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며 자랑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앱을 설치해주는 일을 종종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라북도 고창의 77세 최영자 어르신은 스마트 헬스 앱을 통해 매일 걸음 수를 기록하고 혈압 수치를 입력하면서 건강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뭐라 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내 몸에 대해 내가 더 잘 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정보 접근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과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율성 회복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또 다른 큰 변화다. 충남 논산의 75세 정순자 어르신은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려고 30분 거리 주민센터를 가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정부24 앱을 통해 집에서도 필요한 서류를 손쉽게 출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도 이젠 나 혼자 할 수 있어서 자식들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행정 절차를 스스로 수행하게 된 것은 자존감 향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관계와 감정의 회복,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스마트폰이 선물한 연결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스마트폰은 단지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 그 이상이었다. 가장 많은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덕분에 가족과 더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강원도 평창의 78세 오봉자 어르신은 “손자 얼굴을 영상통화로 보는 날은 하루가 기쁘다”며, 요즘은 가족 단체방에 사진도 보내고, 일상 이야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글씨 쓰는 법도 몰랐지만, “카카오톡은 이제 내 일기장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경상남도 거창의 81세 배진호 어르신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그는 “예전엔 외로워도 말할 데가 없었는데, 지금은 자원봉사자에게 ‘나 잘 있어요’ 하고 사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덜 외롭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덕분에 복지사와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고, 아프면 먼저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도 새롭게 연결되고 있었다. 충북 단양의 76세 김말순 어르신은 디지털 배움터 교육을 받은 후, 마을에서 ‘디지털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같은 나이대 친구들이 기계 무서워할 때, ‘나도 배워서 한다’고 말하니 용기를 낸다”며,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단절되어 있던 관계를 회복시키고, 소외된 사람을 다시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이야기에서 찾은 미래 과제
어르신들의 생생한 후기 속에는 감동과 긍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남 해남의 82세 임성남 어르신은 “한 번 배웠다고 해서 다 기억되는 게 아니니, 자주 복습해야 한다”고 말하며, 월 1회 정도는 주민센터나 복지관에서 점검 시간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한 스마트폰 기기의 차이로 인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충북 옥천의 74세 유재봉 어르신은 “배운 기기와 내 폰이 달라서 헷갈렸다”며, 교육 시 실습 환경이 현실과 조금 더 유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앱 위치나 화면 구성 차이로 인해 혼란을 느꼈고, 그런 점이 지속적인 디지털 격차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언급된 것은 꾸준한 관심과 배려였다. 어르신 대부분은 “혼자서는 여전히 무섭다”, “누가 옆에 있으면 자신이 생긴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교육이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마을 단위의 상시 디지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디지털 동행인’ 제도를 도입해 어르신과 청년을 매칭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러한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 필요성이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바뀐 30명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례가 아니다. 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는 디지털 포용사회의 초석이며, 앞으로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정보의 흐름에서 배제되지 않고, 더 나아가 새로운 연결과 역할을 만들어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스마트폰 교육이 가진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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