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생활의 기본이 된 시대에, 고령자는 종종 기술의 흐름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스마트폰 하나 다루는 일이 버겁고, 앱 설치나 문자 확인조차 쉽지 않은 이들은 당연히 정보에서 소외되고, 결국 사회와도 거리를 두게 된다.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특히 고령자는 단순히 기기 사용이 어려운 것을 넘어, 세상과의 연결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변화는 아주 작은 배움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교육을 통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문자 하나를 보내는 일이 가능해지면, 그들은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역할을 되찾게 된다.
더욱 놀라운 변화는, 디지털 교육을 받은 일부 어르신들이 이제는 자신이 배운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선생님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단순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불렸던 어르신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변모했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통해 변화한 어르신이 재능기부라는 형태로 지역사회에 다시 기여하는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들의 작은 가르침은, 누군가에게는 큰 삶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지역사회에는 따뜻한 선순환의 문화를 만든다.
디지털 소외계층에서 배움의 주체가 되기까지
처음부터 자신 있게 배운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교육 초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도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터치 한 번에도 긴장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 거주하는 76세의 정○○ 어르신은 “카카오톡이 뭔지도 몰랐고, 자꾸 뭘 잘못 누를까봐 겁이 났다”며 교육 초기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제공한 주 2회 디지털 기초 교육을 통해 그는 서서히 스마트폰 기능을 익혀갔고, 3개월이 지난 무렵에는 자녀와 영상통화를 하고, 공공기관 알림문자를 열어보는 정도까지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에게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주변 이웃이 “이거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줘요”라고 부탁한 순간이었다. 스스로도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배운 대로 천천히 설명하고 함께 해보는 과정 속에서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이후 그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재능기부 참여자 모집에 자원했고, ‘어르신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다른 고령자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다시 나누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은 개인의 역량 변화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이들에게 역할과 자리를 마련해줌으로써,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중요한 기회의 연결이기도 하다. 정 어르신은 “이제 나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그게 너무 기쁘다”고 말하였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재능기부, 현장에서 피어난 따뜻한 배움
디지털 재능기부 프로그램은 대부분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운영된다. 참여자는 교육을 일정 기간 수료한 후, 간단한 실습과 인터뷰를 거쳐 '도우미 어르신'으로 등록되며, 강사와 함께 보조 강사 역할을 맡는다. 처음에는 질문을 받으면 얼떨떨해하거나, 실수를 두려워하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능숙하게 설명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시를 들어가며 가르치기 시작한다.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경로당에서는 이웃 어르신들이 모여 ‘디지털 모임’을 결성했고, 이 중 선배 학습자 3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후배 학습자에게 키오스크 사용법, 문자 보내기, 사진 촬영 등을 알려주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78세의 박○○ 어르신은 “처음에는 내가 이걸 가르쳐도 되나 싶었는데, 같이 해보니 더 쉽게 알려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나는 같은 나이라 말도 편하고, 설명도 우리 식으로 해줘서 좋아하신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재능기부는 단순히 기능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내의 관계망을 회복하는 역할도 한다. 디지털 교육을 매개로 소통하고, 함께 웃으며 실습하는 그 시간은,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인간관계와 자존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순간, 자신이 다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감각이 생긴다. 복지사나 젊은 강사가 아무리 잘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이, 같은 세대의 어르신이 알려주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재능기부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
어르신들의 디지털 재능기부는 단지 교육 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자발적인 학습문화의 형성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교육이 대부분 강사 중심, 단발성 위주로 운영되었다면, 재능기부를 통해 '지속적이고 자생적인 학습 구조'가 마련된다. 실제로 강원도 홍천군의 한 마을에서는 한 명의 어르신 재능기부자가 생긴 이후, 그를 중심으로 ‘디지털 공부방’이 자발적으로 조직되었고, 현재는 마을 주민 20여 명이 정기적으로 함께 학습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세대 간 연계 효과다. 디지털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청년 멘토와도 자주 소통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손주 세대와의 대화도 늘어난다. 한 어르신은 “손주한테 ‘이거 내가 배운 거야’라고 말하니까 깜짝 놀라더라. 요즘은 스마트폰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져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배움을 통해 생긴 자신감은 가족 내에서도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확장된다.
세 번째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한때는 ‘못 배우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졌던 고령층이 이제는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주체로 변화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자체나 주민센터에서도 어르신 재능기부자를 행정업무 보조나 디지털 안내 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지속 가능한 성장,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디지털 소외계층이 재능기부자가 되는 이 아름다운 전환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 이후의 활동 구조 마련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디지털 교육은 일정 기간 후 종료되지만,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장이 없다면 배움은 쉽게 잊혀진다. 따라서 지역마다 ‘디지털 도우미 어르신 제도’를 제도화하고, 이들에게 활동 수당이나 교통비 등의 최소한의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맞춤형 콘텐츠 개발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디지털 재능기부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다른 어르신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교안이나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쉬운 언어와 큰 글씨로 구성된 교재, 직접 활용 가능한 영상 자료, 스마트폰 시뮬레이션 앱 등의 보조자료를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마을 단위의 디지털 커뮤니티 활성화가 필요하다. 재능기부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마을 전체의 학습 분위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로당, 마을회관, 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상설 학습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모이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디지털 소외 문제는 점차 해소될 수 있다.
결국 “나도 선생님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이상 ‘배우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진 순간의 선언이다. 그 말에는 배움의 기쁨, 사회적 회복, 그리고 사람 간의 연결이 모두 담겨 있다. 디지털 포용 사회는 바로 이런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변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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