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과 정보의 핵심 도구가 된 지금, 고령층과 저소득층, 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여전히 이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채 일상의 단절을 겪고 있다. 다양한 국가 정책과 민간 교육 프로그램이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지역 간, 세대 간 차이를 여전히 크게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방 소도시에서 청소년들이 주도해 디지털 교육 캠프를 기획하고 운영한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다.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세대가, 기술에 소외된 세대를 직접 교육하고 소통하면서 만들어낸 이 경험은 단순한 교육 활동을 넘어 세대 간 연대와 지역 공동체 회복의 실질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지방 소도시에서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한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교육 캠프 사례를 중심으로, 그 배경과 운영 방식, 성과, 그리고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기술을 아는 사람보다, 기술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의 등장이 지금 우리 사회에 왜 중요한지 함께 들여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청소년 주도 교육 캠프의 배경
2024년 여름, 경상북도 청송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에서는 ‘디지털 같이배움 캠프’라는 이름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 캠프는 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행사로,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스마트폰 기초 기능, 카카오톡 사용법, 사진 보내기, 키오스크 체험 등을 교육하는 형식이었다.
기획 배경은 단순했다.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을 고민하던 중, “우리 할머니는 아직도 문자를 못 읽어요”라는 한 학생의 말에 공감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이 겪는 디지털 소외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센터 지도교사와 함께 커리큘럼을 만들고, 직접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했으며, 회관에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초청장을 전달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교육 키트에는 그림 중심의 매뉴얼, 큼직한 글씨로 인쇄된 안내문, 미니 키오스크 연습 도구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캠프는 단지 배움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 상호학습의 장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과 청소년의 상호작용, 캠프 현장의 풍경
캠프는 3일 동안 진행되었고, 하루 평균 20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내가 학생들에게 배운다’는 사실에 처음엔 다소 어색해했지만, 학생들이 손을 꼭 잡아주며 “이건 제가 천천히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자 마음의 벽이 금세 허물어졌다.
한 학생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어르신에게 보여주며 “이건 웃는 얼굴이에요”라고 설명했고, 어르신은 “그럼 우리 손녀한테 이걸 보내볼까?”라며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키오스크 연습 화면에서 햄버거 세트를 선택하며 “이제 진짜 가게 가서 한번 해볼 용기가 생겼네”라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소년이 마주 앉아 서로의 속도에 맞춰 소통하는 풍경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 ‘공감’이라는 정서적 연결이 어떤 교육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학생들 역시 “이런 걸 어려워하실 줄 몰랐어요”, “우린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하려니까 되게 복잡하네요”라며, 기술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감각의 차이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캠프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함께 배워가는 자리가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청소년 캠프의 성과와 지역 반응
캠프 종료 후, 참가 어르신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단한 설문조사에서 93%가 “앞으로 디지털 기기를 혼자 사용해볼 용기가 생겼다”고 응답했다. 특히 ‘나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응답은 캠프의 핵심 성과로 평가됐다. 청소년이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심리적 장벽이 낮았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준다는 감동’을 느낀 어르신들이 많았다.
지역 사회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청송군청은 이 활동을 보고 “청소년의 에너지가 지역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며, 정기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청소년과 어르신이 짝을 이뤄 ‘디지털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소모임이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참여한 학생들도 캠프 종료 이후 디지털 교육 관련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고, 봉사 시간 이상의 사회적 의미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체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높았다. 이는 지역 내 세대 연계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디지털 소외계층과 청소년의 공존이 만들어갈 지역 미래
이번 청송군 사례는 단순한 3일짜리 캠프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술을 둘러싼 세대 갈등을 치유하고, 디지털 포용을 청소년이 주도한 실천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이 대부분 외부 강사나 공공기관 중심으로만 설계되어 왔던 기존 방식을 넘어서, 지역 내 자생적 연대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에는 이러한 청소년 주도 디지털 교육 모델이 마을 단위 학습 플랫폼, 세대 간 공동 프로젝트, 청년 일자리 연계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과 후 학교나 마을 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손주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지역 내에 자리 잡는다면, 지속 가능성과 정서적 친밀성, 실용성 모두를 갖춘 디지털 포용 교육 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기술을 아는 것보다, 기술을 함께 쓰는 방법을 아는 사람, 그것이 바로 지금의 청소년이고, 앞으로의 지역 사회가 의지해야 할 진짜 자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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