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위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 운영 사례와 성과 분석

new-infor.com 2025. 7. 20. 18:46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젊은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고, 키오스크로 식사를 주문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앱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여전히 기술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 앞에서 당황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단순히 교육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익힐 기회조차 닿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은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방식보다, 익숙한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고 배우는 형태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 위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 운영 사례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다.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는 책을 빌려 읽듯 사람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 콘텐츠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를 위해 기획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는 기존 강의 중심의 교육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술 학습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의 개념, 실제 운영 사례, 참여 고령자의 반응,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친 파급 효과까지 다각도로 분석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 어떻게 운영되었나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는 문자로 기록된 지식을 책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은 여기에 ‘디지털 역량 강화’라는 목적을 결합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프로그램은 대개 공공도서관, 주민센터, 복지관 등지에서 이루어지며, ‘사람을 빌려 배우는’ 1:1 또는 소규모 대화형 수업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의 한 도서관에서는 디지털 기초 교육을 이수한 지역 자원봉사자 10여 명을 ‘디지털 휴먼 책’으로 등록하고, 고령자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상담과 교육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휴먼 책에는 ‘카카오톡으로 사진 보내기’, ‘정부24 사용법’, ‘모바일 은행 앱 사용법’, ‘병원 예약 어플 사용하기’ 등 다양한 주제가 있으며, 참가자는 이 중 관심 있는 한 가지를 골라 ‘읽기(=배우기)’를 신청할 수 있다.

운영은 단순하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강의실 안에서 모르는 내용을 혼자 따라가야 했던 기존 교육과는 달리, 눈을 마주치며 대화로 배우는 수업은 고령자에게 훨씬 친숙하고 덜 부담스러웠다. 배우는 사람은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었고, 가르치는 사람은 실시간으로 수준에 맞춰 설명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았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의 특성상 ‘반복 학습’이 중요한데, 휴먼 라이브러리는 동일한 주제의 반복 대여가 가능해 자연스럽게 복습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의 학습 반응과 심리적 변화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를 통해 배움을 경험한 고령층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노원구에서 운영된 프로그램 참여자 12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기존 강의 방식보다 편하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답했고, 87%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질문하기 편하다’, ‘나만을 위해 설명해줘서 부담이 없다’, ‘실생활에 딱 맞는 예시를 들어줘서 이해가 잘 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참여자들은 단지 기능을 익히는 것 이상의 정서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었다고 응답했다. 오랜 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껴온 고령자들에게 휴먼 라이브러리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전환점이 되었다. 한 참여자는 “젊은 사람한테 물어보면 창피해서 더 못 묻겠는데, 이건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스마트폰이 괴물이 아니고, 내가 쓰는 도구라는 걸 처음 느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참여자는 교육 이후 직접 문자메시지를 복지사에게 보내거나, 병원 예약을 모바일로 시도해보는 등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보였다. 심지어 참여 어르신 중 일부는 다음 달 ‘휴먼 책’으로 등록되어 다른 고령자를 가르치는 역할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더 이상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의 전달자이자 지역사회 안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중심의 지역사회 확산 효과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는 단지 한 명의 고령자를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만들어냈다. 우선 세대 간 연결의 매개 역할을 했다.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의 ‘책’으로 등록된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생, 청년 활동가, 지역 내 중장년 퇴직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들이 고령자와 일대일로 만나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신뢰가 형성되었다.

예컨대 경기 수원의 한 사례에서는 70대 어르신과 20대 대학생이 카카오톡 사용법 수업을 진행하다가 정기적으로 커피도 마시고 안부도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단순한 교육 관계가 아닌, 일상 속 교류가 이루어지는 ‘지역 멘토링’ 모델로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청년에게는 공공 기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자에게는 외로움과 정보 소외를 동시에 해소해주는 복합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로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기존의 디지털 교육은 공공예산에 의존하거나 단기 프로젝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휴먼 라이브러리는 자원봉사 기반이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낮고, 자율적인 참여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특히 도서관, 복지관, 주민센터 등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공간 중심 운영은 접근성과 운영 편의성에서도 장점이 많았다.

또한 휴먼 라이브러리 활동을 통해 생성된 다양한 사례는 지자체 홍보 콘텐츠로도 활용되었다. 활동 사진, 참여 후기, 인터뷰 영상 등이 SNS와 지자체 블로그에 게시되면서 지역의 디지털 포용정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까지 나타났다. 이것은 단지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단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휴먼 라이브러리, 지속 발전을 위한 제언

디지털 휴먼 라이브러리는 고령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참여자의 주제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기초 기능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반복 참여자의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참여자가 자신의 일상에서 필요한 내용을 선택하고, 휴먼 책이 이에 맞춰 내용을 구성하는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휴먼 책의 양성과 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자원봉사자의 전문성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디지털 교육을 이수하고, 소통 훈련을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과 정기적인 역량 강화 워크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 활동자에게는 소정의 활동비나 인정서를 제공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지속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셋째,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지 ‘좋았다’는 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여 고령자가 실제로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 이후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반복 참여를 유도하며,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휴먼 라이브러리의 지역 간 확산 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도시마다 도서관과 복지관의 역할은 다르지만, 핵심 모델은 공유될 수 있다. 표준화된 운영 매뉴얼과 우수 사례 아카이브를 통해 타 지역에서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농촌이나 도서 지역처럼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온라인 화상 휴먼 라이브러리 운영도 고려해볼 수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휴먼 라이브러리는 단지 기술을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다. 고령자 한 사람이 스스로 디지털 세계와 연결되고, 나아가 타인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포용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