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참여 높인 지방 소도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 주민 반응 분석

new-infor.com 2025. 7. 20. 12:35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산업 분야에만 국한된 변화가 아니다. 행정 서비스, 의료, 금융, 교통, 심지어 식당 주문과 대중교통 이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일상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모든 구성원이 이 변화에 자연스럽게 편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등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바로 ‘디지털 소외계층’이며, 이들의 문제는 단지 기술 미숙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 참여 높인 지방 소도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몇몇 지방 소도시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를 개최하며 실생활 기반의 디지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이 박람회는 최신 기술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무엇보다 소외계층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다. 본 글은 실제 지방 소도시에서 진행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 그리고 주민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의 반응과 경험을 중심으로 이 박람회가 지역사회에 남긴 실질적 효과를 분석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도 참여 가능한 박람회, 구성과 운영 방식

경상남도 진주의 한 소도시에서 개최된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는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 행사였다. 특히 주최 측은 디지털 소외계층이 체험에 참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다. 우선 박람회는 도심 외곽이 아닌 주민 접근성이 높은 시청 앞 광장과 복지관 앞마당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교통편 확보를 위해 경로당 및 마을회관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행사 안내는 스마트폰 문자 외에도 전단지, 마을 방송, 복지사의 방문 전달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박람회 내부는 크게 체험존, 교육존, 상담존, 휴식존으로 구성됐다. 체험존에서는 키오스크 사용, 모바일 간편결제, 공공앱 체험,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 등 일상과 밀접한 기술들을 직접 다뤄볼 수 있는 부스가 운영되었고, 교육존에서는 간단한 스마트폰 기능, 사진 보내기, 보건소 앱 활용법, 카카오톡 채널 사용법 등을 실습 중심으로 진행했다. 상담존에서는 스마트폰 설정 조정, 불필요한 앱 삭제, 개인정보 보호 방법 등의 1:1 컨설팅이 제공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쉬운 체험 프로그램’이 별도로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노년층 전용 부스에서는 큰 글씨와 그림 중심의 안내판을 설치하고, 자원봉사자와 디지털 교육 강사가 1:1로 동행하여 참여를 유도했다. 복지관에서 사전 교육을 받은 어르신 중 일부는 체험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동료 시민의 체험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단지 접근성을 높인 것에 그치지 않고, 소외계층이 스스로 체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실제 참여와 체감 변화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체험 이후의 반응이다. 행사 이틀간 전체 참여자 2,300여 명 중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900여 명을 차지했다. 이는 전체의 약 39%로, 박람회 기획 단계에서 목표했던 수치보다 높았으며, 주최 측은 이 수치를 통해 “기술 박람회는 젊은 세대의 행사”라는 고정관념을 일부 허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박람회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하는 법, 카카오톡으로 사진 전송하기, 정부24 앱에서 민원서류 신청하기, 공공와이파이 접속법 등을 직접 체험했다. 체험 후 실시된 현장 인터뷰에서 한 참가자는 “이렇게 직접 해보니까 집에 가서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어르신은 “키오스크가 무서웠는데, 옆에서 계속 도와주니까 해볼 만했다”고 했다. 처음 스마트폰으로 QR체크인을 해봤다는 참가자는 “그동안 종이 명부만 찾았는데 이제는 한 번 해보니 겁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디지털 소외계층 중 일부는 박람회 이후 실제 생활 변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행사 이후 지역 복지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박람회 체험 후 보건소 앱을 활용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고령자 비율이 28%로, 행사 이전(4%)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키오스크 체험존에 참여한 어르신 중 일부는 행사 이후 실제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시도한 경험을 복지사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의 교육이나 일방적인 정보 제공으로는 이끌어내기 어려운 성과다. 박람회라는 ‘체험 중심의 환경’이 갖는 실질적인 학습 효과, 그리고 현장에서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디지털 소외계층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주민 전체의 반응과 박람회의 지역적 파급력

디지털 소외계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특히 중장년층은 스마트폰 보안, 간편결제 실습, 사진 정리, 클라우드 백업, 모바일 금융 앱 활용 등 실생활에 유용한 부스를 집중적으로 체험했으며, “이런 건 어디 가서 배울 데가 없었는데 한 자리에서 다 해보니까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소년과 청년층도 인공지능 스피커, VR·AR 콘텐츠, 드론 시연 등 기술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세대별 관심사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박람회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상인들과 소규모 상점 운영자들 역시 결제 단말기 시연, 배달앱 등록 방법, SNS 홍보 기법 등을 직접 배워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람회는 단지 기술 전시장이 아니라,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계된 기술을 일상 속에서 쉽게 익히는 공간으로 기능했으며, 다양한 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동시에 해소하는 다층적 효과를 냈다.

지역 언론과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이번 박람회에 주목했다. 일부 주민은 “이 정도로 실용적인 박람회는 처음이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구성이라 감동받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박람회 기간 동안 지역 내 SNS 활동도 급증했으며, 행사 사진과 체험 후기가 빠르게 공유되며 지역 홍보 효과도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지자체는 이를 기반으로 박람회를 연 2회 정례화하고, 향후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행사로 확대 운영할 계획을 세운다.

디지털 소외계층 포용을 위한 박람회의 과제와 방향성

이번 박람회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사회 참여 가능성을 증명한 의미 있는 사례였지만, 향후 개선과 확장을 위한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행사의 일회성 극복이 필요하다. 체험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나, 기술 습득은 반복과 복습이 필수다. 따라서 박람회 이후 지역 내 디지털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교육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박람회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후 교육 초대장을 발송하거나, 실습 경험에 맞춘 맞춤형 수업을 연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둘째, 디지털 소외계층의 체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기기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일부 고령자는 박람회에서는 체험했지만, 집에 돌아가면 자신의 스마트폰이 구형이거나 기능이 달라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기 교체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스마트폰 임대 프로그램이나, 공공장소에 설치된 디지털 체험 공간의 상시 개방 등 물리적 환경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주민 중심의 자율적 운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박람회는 지자체나 외부 단체의 주도로 일방적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 주민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진정한 참여형 행사가 될 수 있다. 사전 설문, 주민 기획단 운영, 체험부스 공동 운영 등의 방식은 그 자체로도 디지털 소외계층의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생활체험박람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역사회의 디지털 포용을 실현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학습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민의 일상,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방향으로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방 소도시 어디에서든 디지털 격차 없는 사회가 조금씩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