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는 선택이 아닌 기본: 정책이 바뀌어야 할 다섯 가지 이유

new-infor.com 2025. 7. 14. 18:36

2025년 대한민국, 대중교통 앱 없이는 버스를 탈 수 없고, 공공기관 업무도 스마트폰 없이 보기 어렵다. 식당에 들어가려면 키오스크를 통과해야 하고, 약국조차 자동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대다. 디지털은 이제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와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그 디지털 세계의 문 앞에서 멈춰 있다. 지방의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정보문해력이 낮은 주민들은 이 흐름에 제대로 합류하지 못했고,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소외와 기본권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소외계층’이라는 이름 아래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는 선택이 아닌 기본

 

기기를 줄 것이 아니라,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배울 수 있는 기회’, ‘오프라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함께 제공하는 구조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의 포용 정책은 단편적이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디지털 격차는 되려 심화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정책 방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그것이 왜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헌법적 기본권에 대한 재정립이어야 하는지 논의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해야 한다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계층이 존재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닌 권리의 격차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정부 공지사항, 복지서비스 신청, 재난정보 수신, 금융 거래 등 대부분의 공적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권리 행사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디지털 정보권 보장법’ 또는 ‘디지털 약자권리법’ 제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

 

 1. 정보 접근권: 공공정보를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전화·문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2. 디지털 교육권: 누구든 원하면 스마트폰, 키오스크, 공공앱 등에 대해 반복적이고 무료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3. 오프라인 선택권: 온라인 전환 서비스라도, 원할 경우 기존 오프라인 방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들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행정 시스템에 반영될 때, 디지털 포용은 비로소 선택이 아닌 국가의 책무로 자리잡아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전용 예산을 분리하고 의무 배정해야 한다

현재 디지털 포용 관련 예산은 각 부처, 지자체, 기관 단위로 분산되어 있어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투자가 반복되는 구조다. 특히 지방에서는 디지털 교육, 접근성 개선, 콘텐츠 제작 등 모든 사업이 비예산 또는 공모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속성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내 일정 비율을 디지털 소외계층 격차 해소 사업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복지·교육·행정 분야 예산의 최소 1%를 디지털 접근성 개선에 배정하도록 법제화할 수 있다.

이 예산은 다음의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 디지털 튜터 인건비 및 지속 운영비
  • 고령층 맞춤형 콘텐츠 개발비
  • 접근성 높은 공공앱 설계비용
  • 교육 공간 및 장비 인프라 확충비
  • 소외계층 기기 대여 및 유지관리비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디지털 권리 기반 복지’의 핵심 투자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접근성 설계를 공공 시스템에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앱, 키오스크, 민원 시스템은 젊고 건강한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글씨는 작고, 용어는 어렵고, 흐름은 복잡하다. 이는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공공 서비스에서 고령층과 장애인을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는 공공기술 설계 시 ‘디지털 접근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 모든 공공앱·홈페이지·단말기 등은 고령자·장애인의 접근성 기준을 반영한 UX/UI 설계를 사전 심사받아야 한다.
  • 신규 시스템 도입 시, 디지털 약자 체험단의 사전 사용 평가 및 개선 피드백 수렴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 기존 시스템 개선 시 가독성, 조작성, 명료한 정보 흐름이 반영되어야 하며, 기준 미달 시 보완 후 승인 구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단지 ‘편리함’을 넘어서, 공공서비스의 평등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절차로 인식돼야 한다.

오프라인 대체수단의 의무 운영 및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유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행정기관의 종이서류 발급, 은행 창구 이용, 병원 접수창구 등은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이자 안전망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오프라인 선택권 보장 정책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 민원서비스, 병원 접수, 공공임대 신청 등 기본 서비스에 대한 오프라인 방식 유지 의무화
  • 키오스크 사용 어려운 고객을 위한 직원 호출 버튼 또는 헬프 데스크 운영 의무화
  • 고령층 대상 고지문자, 안내문, 앱 전환 통지 시 오프라인 설명 병행 제공
  • 디지털 중심 제도 개편 시, 반드시 ‘디지털 접근성 취약자 영향평가’ 사전 실시

오프라인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디지털 포용이며, 오프라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 민주주의의 시작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참여 기반 정책 설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포용 정책은 주로 공급자 중심, 전문가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 정책 수요자인 디지털 소외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의견 수렴 구조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 디지털 소외계층 대표, 디지털 튜터, 복지사, 학습자 등을 포함한 정책 자문단을 상시 운영
  •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소외 당사자 그룹의 의견 청취 및 시범운영 필수화
  • 교육 콘텐츠, 기기 설계, 앱 UI/UX 개발 시 실제 사용 경험자의 피드백 반영 시스템 마련
  • 정책평가 시 기술 전환율이 아닌, 사용 만족도, 감정 반응, 반복 학습 여부 등 질적 지표 중심 평가 전환

디지털 포용은 ‘누가’ 설계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설계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수혜자가 정책 설계의 주체가 되는 순간, 기술은 배제가 아닌 회복의 수단이 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디지털 복지’의 출발점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고, 누구는 배제되었는지가 모든 플랫폼과 시스템에 각인돼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현실은 단지 불편함이 아닌, ‘권리의 상실’이며 ‘정보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포용을 말하는 시대가 아니라, 보장을 실천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오프라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기본권이다.

이 글에서 제시한 5가지 정책 방향은 시작일 뿐이다. 포용은 설계이고, 구조이고, 헌법이다. 디지털은 모두의 것이어야 하며, 기술의 진보가 모두의 삶을 이롭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