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첫 스마트폰 수업, “이게 사람 사는 기술이구나”

new-infor.com 2025. 7. 14. 12:31

“나는 평생 논밭에서만 살아서, 이런 기계는 만져본 적이 없어요.”
올해 82세가 된 전라북도 진안군의 김 모 어르신은 마을회관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받던 날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손엔 이미 아들이 사준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전화만 받고 끊는 데도 늘 불안해했다. 문자나 카카오톡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고, 전화번호 저장도 할 줄 몰랐다.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고령층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나와는 무관한 것”, “젊은 사람들만의 도구”, 혹은 “건드리면 망가질 것 같은 두려운 물건”으로 인식되어 왔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이를 이해하고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배제와 자기효능감 저하라는 고통을 남기기도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첫 스마트폰 수업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디지털 튜터링, 스마트폰 기초 교육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면서, 그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직접 경험한 ‘첫 스마트폰 수업’의 실제 사례와 후기,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정서적, 실용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마주한 ‘첫날의 불안’과 ‘작은 용기’

김 어르신이 스마트폰 교육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복지관 직원이 마을을 돌며 교육 신청자를 모집했고, 아들이 “이건 꼭 배우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교육 당일, 김 어르신은 두려움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이걸 누르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옆 사람이 다 알아듣는데 나만 멍하니 있으면 창피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많았어요.”

첫 수업은 화면 켜기, 홈버튼 누르기, 손가락으로 화면 넘기기 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김 어르신에게는 이마저도 낯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화면에 손가락을 대는 게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지, 기계 하나 앞에서 주눅이 들어가는 감정이 낯설고 슬펐다고 한다.

이러한 정서적 장벽은 대부분의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단순한 기술 습득 이전에, ‘배워도 된다는 허락’,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담당 튜터는 어르신이 누르는 모든 과정에 대해 “잘하셨어요”, “이게 어려워 보이지만 자꾸 하시면 돼요”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고, 김 어르신은 점점 긴장을 풀었다. 수업 말미에 “선생님, 이건 뭐예요?”라고 자발적으로 질문을 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의 첫 성공 경험, “나도 해냈다는 기쁨”

두 번째 수업에서 김 어르신은 처음으로 가족 사진을 보고, 손주에게 이모티콘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우리 손주가 이거 보고 대답하면 내가 진짜 사람 된 것 같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능 하나를 익히는 것은 고령층에게 일상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김 어르신은 그날 저녁, 손주로부터 “할아버지 이모티콘 봤어요. 짱이에요!”라는 답장을 받았고, 그 문장을 열 번 넘게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관계 복원, 자존감 회복, 정서적 안정감 강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감정적 반응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은 기술을 ‘몰라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익힐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없어서’ 포기했던 것이다.

김 어르신은 세 번째 수업에서 유튜브를 배우고, 전통가요와 농사 관련 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밭 일 끝나고 오면 스마트폰 먼저 챙겨요. 옛날에는 TV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뭔가를 찾아보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반복 가능한 교육이 디지털 소외계층의 생활 습관을 바꾼다

이 교육은 총 6주 과정으로 구성되었으며, 튜터와 어르신의 1:2 수업 구조로 운영되었다. 김 어르신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폰을 활용해 동네 이장에게 연락하고, 시장에서 가격 비교 검색을 하고, 날씨 앱을 통해 비 소식을 확인하는 등 실생활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김 어르신이 ‘자기주도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스마트폰은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닌,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로 인식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겁만 났는데, 지금은 안 보면 불안할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반복 가능한 학습과 친숙한 설명 방식, 그리고 정서적 지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은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에게 매우 중요한 방식이다. 기능을 한 번에 배우는 것보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과 환경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튜터의 태도, 즉 “실수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방식은 학습 지속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 어르신은 “내가 그동안 몰라서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 있는 용기도 생겼어요”라고 전하였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첫걸음을 이어가기 위한 정책적 제안

김 어르신의 사례는 단지 한 개인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포용 정책의 방향성과 방법론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 수업 이후의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1. 정기 반복형 교육 프로그램 확대
    단기 강의보다 6~8주 이상 반복 가능한 커리큘럼이 어르신의 학습 효율을 높인다. 특히 동일 강사와의 관계 지속, 같은 장소, 같은 시간 등의 반복성은 심리적 안정에 효과적이다.
  2. 튜터 역량 강화 및 감정 대응 교육 필수화
    디지털 튜터가 단순한 기술 전달자가 아닌 정서적 동반자로 역할하기 위해, 고령층 언어 이해, 감정 민감성 교육, 공감 훈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3. 스마트폰 기기 맞춤 설정 지원
    글자 크기 확대, 화면 단순화, 즐겨찾기 기능 정리 등 초기 세팅을 어르신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수이다.
  4. 지역 내 소규모 지속형 튜터 매칭 시스템 구축
    수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튜터 또는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어르신의 스마트폰 사용을 점검하고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지속적 접점 유지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기술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계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돕는 방식으로 기술을 전달하는 능력이다. 김 어르신의 “이게 사람 사는 기술이구나”라는 말은, 어쩌면 그 답을 가장 정확히 말해준 표현일지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