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방교육청 주도 디지털 교육, 초고령 농촌에서도 가능할까?

new-infor.com 2025. 7. 13. 09:15

디지털 시대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모든 행정서비스가 온라인화되고, 의료·금융·교통 시스템 역시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점점 더 정보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다양한 교육 정책을 추진 중이며, 그중 하나가 지방교육청 주도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이다. 초·중등 교육기관은 물론, 평생학습관, 학습동아리 등을 통해 노년층과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IT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방교육청 주도 디지털 교육

 

그러나 지방교육청의 시도가 초고령 농촌 지역에서도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초고령 농촌은 인구 밀도 감소, 이동성 부족, 정보 접근성 저조, 사회적 고립이라는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참여조차 이뤄지지 않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운영되고 있는 지방교육청의 디지털 교육 사업을 살펴보며, 디지털 소외계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초고령 농촌에서의 현실적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 제안을 함께 정리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교육, 지방교육청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지방교육청은 기존에 유·초·중등 교육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집행해 왔으나, 최근에는 지역민 전체를 위한 평생학습 주체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교육부가 ‘디지털 포용교육 강화’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 학습취약계층, 저학력 성인 등을 위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 사업이 지방교육청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전라북도교육청의 ‘디지털 튜터-마을학교 연계 프로그램’, 경상북도교육청의 ‘찾아가는 스마트폰 교실’, 충청북도교육청의 ‘디지털 배움터 평생교육 연계’ 등이 있다. 이들 교육은 교육지원청-지자체-복지관-학교 간 협업을 통해 이뤄지며, 대상자 선발부터 장소 대여, 교재 제공, 강사 배치까지 비교적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일부 교육청은 관내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청년 멘토와 연계하여 1:1 맞춤형 멘토링 형태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스마트폰 활용, 키오스크 체험, 영상통화, 문자인증, 공공앱 사용법 등 실생활과 연결된 콘텐츠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설계가 ‘도시 인접 지역’ 또는 ‘농촌 중심지’에 국한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초고령 단독 마을이나 면 단위 외곽 농촌에서는 교육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거나, 신청 후에도 참여율이 급감하는 현실이 반복된다.

초고령 농촌 지역에서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

초고령 농촌 지역은 단지 ‘노인 인구가 많다’는 특성을 넘어서, 구조적 고립과 낮은 접근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런 특성은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여러 가지 장벽을 만든다.

첫째, 교육 인프라 부족이다. 교육청이 운영하는 디지털 교육이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장소, 장비, 네트워크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면 단위 복지회관, 경로당 등은 대부분 와이파이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고, 장비도 낙후된 경우가 많다.

둘째, 이동성 한계다. 교육 장소가 읍내에만 마련되면 면·리 단위 어르신들은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장거리 이동을 부담스러워해 참여를 포기한다. 특히 고령층 여성 어르신은 교통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는가’가 결정적 변수가 된다.

셋째, 심리적 거리감이다. 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학교’, ‘교육’이라는 개념이 강해, 일부 어르신은 “배운 적도 없는데, 내가 감히 가도 되나?”라는 정서적 위축을 겪는다. 특히 70~80대 이상 어르신은 ‘교육 기관’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며 단순한 복지서비스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결국 초고령 농촌에서는 교육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 참여가 어려운 조건들이 중첩돼 있어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 초고령 농촌에서도 성공한 사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역에서는 지방교육청의 디지털 교육이 초고령 농촌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례가 존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지역의 특성과 대상자의 삶의 방식에 맞춰 유연하게 교육을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교육청-군청-노인회가 협력하여, '마을 순회형 디지털 학습소'를 운영했다. 3~5개 마을을 묶어 하루에 한 마을씩 찾아가고, 강사가 직접 어르신들의 스마트폰 설정을 도와주며, 1:3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했다. 복잡한 커리큘럼 대신 ‘사진 보내기’, ‘QR코드 찍기’, ‘전화번호 저장’ 등 생활에 밀접한 기능만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충청북도 단양군에서는 초등학교 교실을 주말에 개방해, 디지털 튜터와 중학생 멘토가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교장 선생님이 어르신들에게 “여기 학교지만, 오늘은 여러분이 선생님입니다”라고 말하며 참여를 독려했고, 어르신들은 “내가 학교에 다시 와보다니…”라며 교육에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초고령 농촌에서도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충분히 실현 가능함을 보여준다. 단, 정형화된 틀을 적용하기보다는 현장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 기반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다.

초고령 농촌에서도 가능한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을 위한 정책 제안

지방교육청 주도의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이 초고령 농촌에서도 실현 가능하려면, 전면적인 구조 전환과 제도적 유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이를 위한 정책 제안이다.

  1. '디지털 유랑 교사' 시스템 도입 : 일정한 장소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이동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배치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형 키트(와이파이+태블릿+노트북) 패키지를 활용할 수 있다.
  2. 지역 특화형 커리큘럼 개발 : 농촌에서는 ‘농약앱 활용’, ‘비닐하우스 온도 확인 앱’, ‘마을버스 시간표 확인’ 등 실제 삶과 밀접한 기능 중심 커리큘럼 개발이 필요하다.
  3. 학교 공간과 학생 멘토 활용 확대 : 지방학교가 가진 유휴공간을 주말이나 방과후에 개방하고, 학생-어르신 간 1:1 멘토링을 정례화한다면 세대 간 소통과 기술 학습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4. 심리적 진입 장벽 해소 캠페인 : “공부 못 해도 괜찮아요”, “처음 배우는 게 당연합니다” 같은 비문해 어르신을 위한 심리적 환대 메시지를 교육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5. 기기, 콘텐츠, 사람의 통합 패키지 정책 필요 : 기기를 주고,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자를 보내는 정책이 각자 따로 흘러가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포용 지역거점 학교’ 지정제도도 검토해볼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술보다 먼저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초고령 농촌에서의 시도는 더디고 어렵지만, 그곳에서의 성공이 곧 전국 확산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