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가 뭐에요?’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기술과 디지털 소외계층 세대의 간극
2020년대 초반, QR코드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전국적으로 빠르게 도입되었다. QR 기반의 전자출입명부부터 메뉴판, 결제 시스템, 인증 절차까지, 이제는 오프라인에서조차 스마트폰과 QR코드 없이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모두에게 자연스럽고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방 소도시의 노년층,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자와 취약계층에게 QR코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적 낙인과도 같은 ‘문턱’이 되었다. 그들에게 QR코드는 생소한 기술일 뿐만 아니라, ‘나만 모르는 세상’이라는 소외감을 증폭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QR코드가 뭐에요?”라는 질문은 단순히 기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 기술 간극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그 간극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도시 디지털 소외계층이 QR코드라는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교육자는 어떤 어려움과 고민을 마주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QR코드는 ‘보이지 않는 문’이었다
2023년 가을, 전라북도 정읍시의 한 마을회관에서 스마트폰 기초 교육이 열렸다. 수업 중 QR코드를 읽는 방법을 설명하자, 80대 어르신이 이렇게 물었다. “QR이 뭐에요? 글자인가요, 그림인가요?” 강사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질문은 그간 수없이 들어온 매우 일상적인 질문이었다.
어르신들은 QR코드를 일상에서 접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사각형의 흑백 무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왜 그것을 비춰야 하는지, 그 결과가 어디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맥락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일부 어르신은 QR코드를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TV에 나오는 방송 신호’ 정도로 추측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QR코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개념조차 낯선 미지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기술의 원리와 맥락을 설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능만 설명하는 교육은 실질적인 이해를 유도하지 못한다. 강사의 입장에서는 “카메라 앱을 켜고 화면을 비추면 된다”는 설명이 간단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왜 비추는지”, “왜 화면이 바뀌는지”가 설명되지 않으면 그저 외워야 할 절차다.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세대 간 간극: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들
QR코드 교육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세대 간 인식 차이’다. 교육 강사가 “QR 찍어보세요”, “네이버 앱으로 들어가세요”, “카카오톡에서 더보기 누르세요”라고 말할 때,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은 단어 하나하나가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QR, 앱, 링크, 아이콘 등 기본 용어조차 낯설다.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활동 중인 한 디지털 강사는 “수업 중 어르신이 ‘앱이 뭐에요?’라고 물으셔서, 결국 20분을 앱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기술의 전제가 다르고, 경험의 기반이 전혀 다른 세대에게는 언어마저 ‘번역’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어르신이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이다. 반복해서 물어보기를 미안해하고, 수업 분위기를 방해한다고 느껴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많다. 그 결과, ‘알아들은 척’ 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교육의 효과는 점차 낮아진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고 효율적인 기능 설명이 아니라, 천천히, 여러 번, 상황 맥락까지 설명해주는 느린 대화 방식이다. “QR을 찍는 이유는 메뉴판을 대신해서 보는 거예요. 카메라가 그 그림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여주는 거예요”처럼, 이해 가능한 일상 언어로의 재해석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체감한 감정: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기술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자기 효능감의 상실이다. QR코드 교육을 받다가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원래 이런 걸 못해요.”
“이건 젊은 사람들 하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내가 손이 느려서 안 돼요.”
이런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위축과 자존감 저하의 표현이다. QR코드 하나를 못 쓴다고 해서 일상에서 불편함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조차 없다고 느끼는 어르신들이 존재한다.
특히 점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이건 다들 하시는데요”, “그냥 이거 누르시면 돼요”라고 말하는 순간, 어르신은 자신이 ‘뒤처진 사람’이라는 낙인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학습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기술 자체보다 더 많은 정서적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들이 실수했을 때 “괜찮아요, 다시 해봐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비로소 학습이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QR 활용 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QR코드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기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기술과 맥락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 구조’가 필요하다.
첫째, QR코드에 대한 기본 개념과 작동 원리를 쉬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교안 및 시각 자료가 필요하다. “QR은 정보를 담은 그림”, “카메라가 그 그림을 읽어 인터넷으로 연결해 준다”는 식의 시각 중심 교재가 효과적이다.
둘째, 실습 중심 수업에서 어르신 각자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반복 연습이 필수다. 실습 1회보다 반복 3회가 더 효과적이며, 수업 외 복습 자료 제공 및 튜터 상시 대기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QR코드와 같은 기능을 어르신의 일상 속 활동과 연결시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걸 알면 식당 메뉴를 볼 수 있어요”, “이걸 하면 공공기관 줄 안 서도 돼요”처럼, 기술을 배우는 실질적 보상과 이점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넷째, 교육 강사를 위한 언어 재해석 매뉴얼, 감정적 대응법, 기초 설명 템플릿 등을 함께 마련해, 강사도 어르신도 모두 편안한 학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전달되지 않는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QR코드 하나를 익히는 데도 설명, 연습, 공감,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인정하고 설계하는 것이 진짜 포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