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 농협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 리뷰: 효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new-infor.com 2025. 7. 9. 12:50

농촌 고령화는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문제는 이 고령화가 ‘기술 격차’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외를 낳고 있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키오스크, 인터넷 뱅킹, 전자정부 민원 처리 등 일상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침투하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점점 더 사회와 분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농협이 주도적으로 시행한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이 디지털 소외 해소의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역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넘어, 마을 어르신들과 직접적인 접점이 많은 조직이다. 금융 상담, 연금 수령, 생활 자금 관리 등 일상에서 농협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스마트폰 교육을 농협이 주도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은 실용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 농협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 리뷰

 

 

이 글에서는 충청남도 청양군, 전라남도 곡성군, 경상북도 문경시 등 실제 지역 농협에서 진행된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에게 어떤 효과를 주었는지,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더불어 이를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제안을 함께 정리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농협 스마트폰 교육: 마을 안으로 들어온 기술 학습

2024년 상반기, 충청남도 청양군 청양농협은 지역 노인 회원 20명을 대상으로 ‘농협 스마트폰 활용 교실’을 4주 과정으로 운영했다. 커리큘럼은 문자 메시지 읽고 보내기, 카카오톡 기본 사용, 농협 뱅킹 앱 활용, QR코드 촬영 및 간편 결제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농협 내부 회의실이 수업 장소로 활용되었고, 농협 직원 1명과 디지털 튜터 1명이 공동 진행했다.

참여자 대부분은 만 70세 이상 고령층으로, 스마트폰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지만, 매 회차 출석률이 평균 85% 이상을 유지하며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 자주 들르는 공간에서, 낯익은 직원이 수업을 도우며, 금융과 직접 연관된 앱을 배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수강생 중 한 명인 76세 최 모 할머니는 “매달 연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려고 아이한테 매번 물어봤는데, 이젠 혼자 들어가서 볼 수 있어요. 내가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기술 그 자체보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경험이 어르신의 자존감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지점이었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신뢰 기반: 농협이어서 가능한 효과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정서적으로 연결된 조직이다. 어르신들에게 농협은 ‘은행’이 아니라 ‘마을사람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교육을 농협이 진행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훨씬 낮아졌다는 점이 핵심적인 효과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농협에서는 디지털 튜터 없이, 농협 직원이 자체 제작한 매뉴얼을 기반으로 ‘1대1 스마트폰 도우미’ 활동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어르신이 금융 업무를 보러 올 때마다 짧게 10~15분씩 기능을 알려주는 구조로, 반복성은 낮지만 지속성과 생활 밀착형 학습 효과는 매우 높았다.

이와 같은 신뢰 기반의 교육은 고령층의 심리적 방어를 낮추고, 반복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줄인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가장 큰 학습 장애물은 ‘기억력’보다 ‘실수했을 때 민망함’인데, 익숙한 공간에서 직원이 이름을 불러주며 안내해줄 때, 어르신은 자신을 배려받는 존재로 느낀다.

농협이라는 조직이 가진 ‘금융+관계망+물리적 접근성’이라는 3요소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 방식은 도시형 교육 프로그램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인 측면도 있었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농협 교육의 한계: 반복성과 구조화의 부족

하지만 모든 농협이 이 같은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협은 본래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교육 전담 인력이나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으며, 직원들이 본 업무 외에 추가적인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것에는 구조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또한 교육 커리큘럼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담당자의 역량이나 의지에 따라 교육 품질에 차이가 생긴다. 어떤 지역은 ‘앱 로그인’조차 마치 대학 과목처럼 어려운 구조로 접근하기도 하고, 어떤 지역은 너무 쉬운 수준으로 반복만 진행되어 어르신이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반복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도 부족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교실은 3~4회 단기 과정이거나, 일회성 특강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기술을 체화할 만큼의 반복성과 피드백 구조를 담보하기 어렵다. 어르신이 수업을 빠지거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다음에 다시 배우면 되지”라는 흐름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스스로 “나는 역시 안 되나 봐”라고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교육의 선의가 자칫 자책감으로 전환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농협 교육의 제도화 방향과 정책 제안

농협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은 실용성과 접근성을 모두 갖춘 모델로서, 제도화 및 구조화가 시급한 단계에 와 있다. 다음은 이를 확장하기 위한 현실적 제안들이다.

첫째, 농협 디지털 교육 전담 매니저 배치가 필요하다. 전 지점에 정규 인력을 두긴 어렵더라도, 지방 단위 조합 연합회를 중심으로 순회 튜터를 배치하고, 농협 직원과 협력 교육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둘째, 농협 앱 중심의 ‘초고령자 맞춤형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현재의 모바일 앱은 지나치게 복잡하며, 어르신에게 불필요한 기능이 많다. 앱의 어르신 전용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고, 해당 구조를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하면 ‘쓸모 있는 학습’으로 이어진다.

셋째, 반복 학습과 진도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르신마다 ‘디지털 학습 수첩’을 발급하고, 방문 시 학습 내용을 체크해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교육 효과를 가시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협 교육 모델을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 디지털 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 예산과 정책 지원은 지방정부가, 운영은 농협이, 기술과 콘텐츠는 통신사·플랫폼 기업이 분담하는 구조라면 농촌 디지털 포용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