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읍면 단위 주민센터 스마트폰 교육, 지속 가능한가?
디지털 전환이 일상화되면서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읍면 단위 주민센터에서 고령자 대상 스마트폰 기초 교육을 운영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주민센터는 교육 기회가 가장 가까이 도달하는 창구다.
그러나 교육을 몇 번 운영해본 뒤에는 빠르게 한계에 봉착한다. 교육 참여자가 줄어들고, 반복 수강생이 늘며, 강사 수급도 불안정해지고, 행정 담당자는 과중한 업무에 지친다. 실제로 전국 여러 읍면 센터에서 스마트폰 교육이 운영되다가 몇 달 만에 중단되거나, 1회성 홍보성 행사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읍면 단위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이 왜 지속되지 못하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밀착형 교육 체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층의 반복 수요는 높은데, 주민센터 시스템은 일회성이다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주민센터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총 4회 스마트폰 교육을 운영했다. 1회당 15명 정원으로 구성되었고,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4회 모두 신청자의 60% 이상이 동일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 번 배워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번에 배웠지만 다시 물어보고 싶다”며 반복 신청을 선택했다.
그러나 행정 절차상 주민센터 스마트폰 교육은 횟수 제한과 예산 범위 내에서만 운영되며, 반복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 교육은 거의 없다. 결국 같은 내용을 반복해 가르쳐야 하고, 강사는 지치고, 행정은 단순 반복 업무로 몰린다. 이 구조에서는 교육의 질도 낮아지고, 실질적인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지만, 주민센터 시스템은 오히려 반복 학습을 예외로 다루며 ‘이미 수강했으면 끝’이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은 수료했지만 실제로 기술은 체화되지 않는 이중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교육의 지속성, 강사 인프라와 운영 체계가 받쳐주지 못한다
주민센터 스마트폰 교육은 대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된다. 강사들은 지역 디지털 배움터, 평생교육센터, 민간 교육기관 등에서 파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프리랜서 형식이다. 그러나 읍면 단위까지 강사를 정기적으로 파견할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
한 강사는 “하루에 2~3개 마을을 돌며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수업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강사는 “교통도 불편하고 교육 장소는 인터넷 연결조차 안 되는 곳이 많아 강의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교육의 질은 강사의 컨디션과 당일 상황에 따라 좌우되며, 지속성 있는 커리큘럼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강사 섭외가 어려워지면 행정 담당자가 직접 수업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디지털 역량을 갖추지 못한 행정 담당자가 교육까지 부담하게 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지속 가능한 교육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 강사 인력풀 확보, 교통과 장비 지원, 지역 맞춤형 콘텐츠 제작 같은 다층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민센터 중심 스마트폰 교육은 대부분 ‘있는 자원으로 어떻게든 해보는’ 임시방편에 가까울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일상과 분리된 교육 내용, 실생활로 이어지지 않는다
많은 주민센터 교육은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표준 커리큘럼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설치 및 메시지 보내기, QR코드 인식, 버스 시간 확인 앱 활용 등이다. 표준화된 커리큘럼은 행정 입장에서는 관리하기 쉽지만, 지역 주민의 생활 맥락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충남 부여군의 한 어르신은 “QR코드 찍는 법은 배웠지만, 정작 내가 갈 시장이나 병원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자는 “앱을 설치해놓긴 했는데, 집에서는 인터넷이 안 터져서 못 써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디지털 교육이 생활 적용성과 연결되지 않으면, 배운 기술은 금세 잊히고 흥미도 떨어진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삶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이다. 하지만 주민센터 교육은 아직도 ‘기능 중심’, ‘과목 중심’으로 운영되어, ‘나에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술은 남고 사람은 떠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지속 가능한 읍면 교육 시스템을 위해 필요한 것들
지속 가능한 읍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 제공을 넘어서 ‘지역 기반의 학습 생태계’를 조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반복 수강자를 위한 레벨 분류형 커리큘럼을 운영해야 한다. 처음 배우는 어르신과 두세 번 수강한 분들을 나누고, 습득 수준에 맞춰 조별로 실습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읍면 단위마다 상시 방문 가능한 ‘디지털 쉼터’를 구축하고, 주민센터 교육과 연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업 후에도 가볍게 찾아와서 물어볼 수 있는 공간과 담당자가 존재해야 기술의 체화가 가능하다.
셋째, 지역 내 청년 및 자원봉사자와 연계한 ‘디지털 동행’ 프로그램을 병행 운영하면, 단기 교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 청년이 한 명의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은 심리적 안정감과 학습 지속성을 높인다.
넷째, 국가 차원의 디지털 교육 전담 인력 배치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을 ‘행정의 부속 업무’로 맡기지 않고, 전문 인력을 별도로 지정해 교육 품질과 유지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기술은 지역을 가리지 않지만,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는 지역마다 다르게 설계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교육은 단지 예산과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공간, 반복과 연결의 문제다. 주민센터 스마트폰 교육이 진짜 지속되려면, 교육이 삶에 닿고, 사람에게 머물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