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교육에서 간과된 것, 정보 접근보다 ‘정보 해석력’이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어도 실시간 뉴스, 의료 정보, 생활 꿀팁, 정책 안내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체험, 온라인 민원 안내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정보 접근성은 분명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어르신이 정보를 본다고 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는 단지 도달하는 것만으로 그 기능을 다하지 않는다. 정보를 읽고, 해석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정보는 진짜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현재의 디지털 교육은 접근성과 사용법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보 해석력’이라는 핵심 역량을 놓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고령층 어르신 교육에서 정보 해석력이 왜 중요한지, 그 역량이 결여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은 ‘정보를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을 다르게 인식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어르신이 늘어나면서, 겉보기엔 디지털 소외계층이 줄어든 듯한 착각이 생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많은 어르신들은 유튜브에서 건강 정보를 보거나, 정부가 보내는 문자 알림을 받지만, 그 정보의 의미나 신뢰성, 실제 행동 지침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노인일자리 신청 00일까지 마감"이라는 문자를 받고도,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본인이 대상자인지 판단하지 못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또한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됩니다"라는 문구만 보고 접종 장소나 시간, 대상 연령, 예약 방법까지 혼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고령층이 많다. 문자 자체는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은 단순한 문해력이나 기기 조작과는 별개의 문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건 ‘화면을 보는 법’이 아니라 ‘정보를 읽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고력’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단지 ‘카카오톡 여는 법’, ‘앱 설치하는 법’에 머물러, 정보의 맥락을 해석하는 교육은 거의 다루지 않을 것이다.
정보 해석력이 결여된 디지털 소외계층,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정보 해석력이 부족한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은 단순히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보이스피싱, 가짜뉴스, 사기성 정보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중 36.5%가 ‘인터넷 정보 중 무엇이 맞는지 구별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다수는 "영상에서 보니 그렇다더라", "누가 문자로 알려줬다"는 이유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행동에 옮긴다고 답했다.
경북 상주시에서는 실제로 유튜브에서 본 '혈압에 좋은 음식'을 무작정 복용했다가 건강을 해친 어르신, 보조금 신청 문자를 잘못 이해해 가짜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기기를 다룰 줄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위험이며, 정보 해석력 부족이 초래한 결과다.
정보는 곧 권력이다. 해석할 수 없으면 그 정보는 ‘무용지물’이며, 오히려 혼란과 위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은 문자나 인터넷 기사, 유튜브 영상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정보 해석력을 교육에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이다.
정보 해석 교육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문제다
문제는 대부분의 디지털 교육이 기능 중심 커리큘럼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보내기', '앱 설치하기', '버스 시간표 보기' 등 어떻게 조작하는가에 집중하는 반면, 왜 이 정보를 보는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또한 현장 강사들도 ‘정보 해석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교육 과목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이 뉴스를 읽고 “이거 진짜예요?”라고 물어도, 그건 디지털 교육의 범주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결국, 정보 해석력은 교육 사각지대로 남고 있다.
특히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보를 검증하거나 비교할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정보 해석력은 더욱 중요하다. 교육에서 이를 다루지 않으면, 기기는 쓸 수 있게 되었더라도 사용자가 점점 더 위험한 정보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교육은 단지 ‘손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와 마음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석과 판단이라는 사고 훈련이 병행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보 해석력 강화 교육,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정보 해석력을 강화하려면 단기 속성 교육이 아닌, 반복적·상호작용 중심의 교육 구조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정보 콘텐츠를 분석하는 수업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르신에게 정부 문자, 병원 안내, 건강정보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고 “이게 정확한 정보인지 함께 판단해보자”는 활동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둘째, ‘정보 판단 퀴즈’나 ‘진짜·가짜 뉴스 구분하기’ 활동을 통해 게임처럼 배우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고령층의 판단력과 경계심을 자연스럽게 키우는 훈련이 된다.
셋째, 교육자는 단지 설명자가 아니라, 어르신의 질문을 기다려주는 대화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문자가 왔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이건 가짜일 수 있어요”라고 단호하게 설명해주기보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문장인지 같이 보자”고 함께 해석해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넷째, 지역 단위로 ‘정보해석 멘토단’ 또는 ‘디지털 친구단’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관계 기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판단이 어려운 어르신은 주변에 묻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면서 스스로 해석 능력을 길러갈 수 있다.
정보 격차 해소의 최종 단계는 ‘정보 해석력’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받아도, 그것을 내 삶에 맞게 해석하고 사용할 수 없다면 진정한 디지털 포용은 이뤄질 수 없다. 기술 이전에 이해가 필요하고, 기기 이전에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