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교육 후에도 앱 사용 못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new-infor.com 2025. 7. 5. 18:23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소외계층, 특히 고령층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일상생활의 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복지기관들은 디지털 기초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이 스마트폰과 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교육을 이수했음에도 여전히 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교육을 들었는데, 다음 날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직접 해보려니 막막하다", "앱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교육 수료 후에도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받았음에도 어르신들이 여전히 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교육 방식은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학습 방식, 기존 교육 방식과 맞지 않는다

디지털 교육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은 강사가 프로젝터나 TV 화면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어르신들은 이를 따라 해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인지 구조와 학습 속도는 이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

많은 어르신들은 손의 감각이 둔하고, 시력이 저하되어 작은 아이콘이나 터치 영역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능을 외우기보다 행동을 반복해서 ‘몸으로 익히는’ 방식의 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대부분 일방향 설명과 시연 중심으로 진행되며, 시간도 짧고 교육 목표는 지나치게 많다. 예를 들어 2시간 수업 안에 ‘앱 설치 → 로그인 → 문자 보내기 → 사진 첨부’까지 다루는 식이다. 이러한 구성은 어르신들에게는 “이해할 틈 없이 지나가버리는 흐름”처럼 느껴지며, 학습보다 피로감을 남기기 쉽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건 ‘많은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기능을 반복해서 해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지금의 디지털 교육은 오히려 기능 습득이 우선되고, 이해와 소화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교육이 끝나도 실생활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교육 후에도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심리적 요인

기술 습득이 어려운 이유는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은 대부분 ‘실수에 대한 두려움’, ‘망가뜨릴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 ‘자녀에게 민폐가 될까 하는 걱정’ 등을 함께 안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은 앱을 눌러보는 행동조차 시도하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종종 반복되는 “이건 어렵죠?”, “다들 헷갈리시죠?” 같은 말조차도 어르신에게는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낙인의 강화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경상북도 영주의 한 디지털 교육 수강자는 “수업 중에는 할 수 있었는데, 집에 가니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누가 봐주지 않으면 아예 안 건드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한 기술 실패의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 효능감이 낮아져 아예 스마트폰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어르신에게는 앱 하나를 켜는 것도 두려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했더라?”라는 망각이 반복될수록 “나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앱을 못 쓰는 건 기능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좌절, 불안, 반복 실패의 누적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교육은 기능 설명이 아닌, 정서적 지지와 성공 경험 제공 중심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앱 사용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생활 속 적용의 부재’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교육 후에도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교육 내용이 실생활과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는 ‘카카오톡 보내기’, ‘사진 찍어 저장하기’, ‘버스 앱 보기’ 등을 배웠지만, 교육 이후에 이를 직접 활용해볼 기회와 환경이 없다.

즉, 앱 사용을 실생활에서 연습할 수 있는 구조가 부재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병원 예약을 앱으로 하지는 않는다. 또, 음식을 앱으로 주문하려면 결제 정보와 주소를 입력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은 이런 과정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중단한다.

충청북도 보은군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교육 시간엔 따라 하다가도, 집에서는 혼자 하다 오류가 생기면 바로 스마트폰을 덮는다”고 전했다. 교육은 했지만 ‘앱을 쓸 이유’와 ‘반복 환경’이 없기 때문에 배운 기능은 곧장 잊혀지며, 사용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기능 전달이 아닌, 실생활과 연계된 실습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수업을 했다면 수업 직후 자녀나 강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보는 과제가 주어져야 하며, ‘버스 앱’을 배웠다면 실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보는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을 위한 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교육 이후에도 앱을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선 교육의 방향과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능 중심’에서 ‘일상 활용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 기술 습득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버스 시간표를 본다’, ‘마트 앱으로 할인 정보를 확인한다’ 같은 생활과 연결된 목적 중심 교육이 되어야 한다.

둘째, ‘일회성 교육’이 아닌 ‘반복 가능한 학습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읍·면 단위마다 ‘디지털 쉼터’ 같은 상시 방문형 학습 공간을 운영해, 어르신이 언제든 와서 연습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셋째, 심리적 지지 기반을 갖춘 교육자 배치가 중요하다. 강사는 단순히 기계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린 학습자에게 기다림과 격려를 줄 수 있는 정서적 멘토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앱 사용 성공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과제를 교육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교육을 통해 ‘혼자 해봤다’, ‘누군가와 연결됐다’는 성공 경험이 생기면, 어르신은 다음 기술도 스스로 시도해보게 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앱 사용은 단지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감, 관계, 일상 회복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보다 더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이 쓰는 도구이며,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야만 진짜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