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첫 스마트폰 수업, ‘내가 해냈어요’의 순간들

new-infor.com 2025. 7. 4. 08:56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스마트폰 화면의 터치 한 번. 그 간단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세상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첫 용기일 수 있다. 도시에서는 당연한 일이 지방 소도시나 농촌, 고령층에게는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문자 확인, 앱 설치, 영상통화조차 시도해본 적 없는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들에게는 스마트폰은 ‘두려운 기술’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청년 단체, 지역 교육기관 등은 협력해 어르신 대상 IT 기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처음 만져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첫 수업은 가장 감동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의 첫 스마트폰 수업

 

 

 

이 글은 지방 소도시와 농촌에서 실제로 진행된 어르신 IT 첫 수업 현장을 바탕으로,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들이 처음으로 기술을 접하며 겪은 감정, 변화, 깨달음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며, 그 시작은 언제나 마음을 여는 데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어르신이 처음 맞이한 스마트폰, “이거 눌러도 되나요?”

전라북도 정읍시의 한 노인복지회관.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해본 적 없는 70대 이상 어르신 10명이 처음으로 기기를 손에 들었다. 강사는 “자, 이제 화면을 터치해봅시다”라고 했지만, 많은 분들이 망설였다. “이거 잘못 눌렀다 고장 나는 건 아니지요?”, “요금 나가면 어쩌지?”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는 기능 자체보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화면이 바뀌면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요금이 청구되는 건 아닌지, 자식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닌지 등 불안 요소가 기술 진입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수업은 아주 천천히, 설명을 반복하며 진행됐다. “누르셔도 괜찮아요. 망가지는 거 아니에요. 다시 하면 돼요.”

첫날 배운 기능은 전화 걸기. 자녀나 손자·손녀 번호를 직접 눌러보고, 직접 통화해보는 훈련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 어르신은 실제 손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혼자 전화해봤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강사와 옆자리 어르신 모두 함께 웃으며 박수쳤다.

그날 수업이 끝난 후 어르신은 말했다. “기계는 젊은 사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하니까 되네요. 안 해봐서 무서웠던 거였어요.” 이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느끼는 두려움은 단순히 정보 부족이 아니라, 시도할 기회를 갖지 못한 데서 비롯된 심리적 장벽이 된다.

 

내가 배운 걸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니” — 성취의 감정이 우울감을 이긴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사진 찍기와 카카오톡 전송을 배웠다. 단순한 카메라 조작도 어르신들에게는 새로운 기술이었다. “이렇게 찍고, 여기 눌러서 보낸다고요?” 옆에서 멘토가 차분하게 설명하자 한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들고 스스로 사진을 찍고는 활짝 웃었다.

사진을 자녀에게 전송하고, ‘잘 받았어요’라는 답장을 받았을 때 많은 어르신들이 무언가 이뤄낸 듯한 감정을 표현했다. “내가 보낸 거에 애가 하트도 보냈네. 이런 건 젊은 사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처럼 스마트폰 하나로 가족과 연결되었다는 인식은 자기 효능감 회복에 큰 영향을 준다.

실제로 2023년 충남 보령시에서 진행된 어르신 디지털 교육 후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술을 배우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한 수강생 비율이 91%에 달했고, 그중 67%가 ‘우울한 감정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되찾는 일이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그 감정 회복이 곧 삶의 회복이다.

 

 “딱 내 속도에 맞춰줘서 좋아요” — 정서 중심 교육이 가진 진짜 힘

 

스마트폰 기초 교육이 효과를 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육자가 속도와 감정을 고려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청년 멘토나 사회복무요원이 참여한 수업에서는 특히 효과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어르신과 멘토 간의 관계가 단순한 교육자-수강생이 아니라 ‘디지털 친구’의 형태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강원도 횡성군의 마을 회관에서는 고등학생 멘토들이 참여한 디지털 기초반이 5주간 운영되었다. 첫날 어르신들은 “학생한테 물어보면 민폐 아냐?”라고 망설였지만, 멘토들이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우리 같이 눌러봐요”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는 순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한 어르신은 “강사가 아니라 친구처럼 기다려주는 게 참 좋았다”며 수업 마지막 날 멘토에게 직접 감사를 전했다. 기술 교육의 효과는 정서적 안정감과 안전한 시도 환경이 보장될 때 가장 크게 나타난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반복할 수 있는 기회와 ‘실패해도 괜찮다’는 신호가 주어졌을 때, 그들은 기술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디지털 소외계층 첫 수업이 남긴 것: 기술을 넘어 삶을 배우는 시간

 

첫 수업을 경험한 어르신 대부분은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계 조작이 익숙해져서가 아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위해 시간을 써준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도구였고, 그 도구를 매개로 사람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르신에게 가장 큰 변화였다.

부산 금정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첫 수업 이후 디지털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수료한 어르신들 중 일부는 직접 ‘후배 어르신’의 디지털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배운 걸 남에게 가르친다니, 평생 처음 해보는 일이에요”라는 어르신의 말은 기술이 아니라 정체성과 역할을 회복한 증거다.

정리하자면, 스마트폰을 처음 만져본 어르신들이 보여준 반응은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다. 그건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설계되고 누구와 만나는가에 따라 치유와 연결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