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계층

디지털 소외계층, 키오스크 시대에 버려진 사람들의 외침

new-infor.com 2025. 6. 30. 12:31

스마트한 일상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매장 안에 있는 키오스크는 이제 음식 주문, 영화 예매, 병원 접수, 기차표 발권, 호텔 체크인까지 대부분의 소비 행위를 자동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줄을 서지 않고, 대화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디지털 소외계층, 키오스크 시대에 버려진 사람들의 외침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망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 그중에서도 고령층, 장애인, 문해력이 낮은 이들, 시각·청각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 키오스크는 일상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화면을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서 있거나, 실수할까 두려워 포기하거나, 결국 식사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 이 사회의 또 다른 기술 불평등의 초상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키오스크 앞에서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지, 이들의 목소리가 왜 지금 이 사회에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조명해본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키오스크 앞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배제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키오스크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접근할 수 없는 벽이다. 고령층 중 많은 이들은 글자가 작아 잘 보이지 않거나, 화면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조작에 실패한다. 한 번 잘못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구조는 어르신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78세 박모 어르신은 “햄버거 하나 시키려다 5분을 헤매고 결국 그냥 나왔다”고 말한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70대 중반 김모 씨는 “주문을 도와달라고 하니 직원이 바빠서 그냥 줄 뒤로 가달라고 했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경험은 결코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키오스크는 빠른 조작을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이며, 사용자의 속도, 이해력, 심리적 여유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읍면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도입된 키오스크는 예고도, 설명도 없이 등장하며 고령층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이 키오스크 앞에서 겪는 현실은 기술에 뒤처졌다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배려하지 않은 사회적 구조에서 소외되는 문제이다. 이들이 느끼는 위축감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환영받지 못하는 감정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키오스크 시대, 디지털 소외계층의 감정적 상처와 자기검열

 

디지털 소외계층은 키오스크 앞에서 감정적인 고통까지 겪는다. "이걸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 "사람들 시선이 두렵다", "직원이 짜증 낼까 봐 아무 말 못 했다"는 고백은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고, 점점 더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기를 꺼려하게 된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80세의 이모 어르신은 “잘 모르겠다고 하니 뒤에 서 있던 젊은이가 혀를 찼다”며 “그날 이후 키오스크 있는 식당은 아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시각 장애가 있는 60대 여성은 “터치스크린이 눈으로 확인해야만 되는데, 나 같은 사람은 아예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정은 점점 더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지고, 디지털 기술이 확산될수록 사회적 고립감은 더 깊어진다. 점점 더 많은 가게가 키오스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소외계층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하나씩 잃어간다.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조작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아니다. 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이 사회가 여전히 그들을 환영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키오스크 시스템은 이들에게 '넌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해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당신도 괜찮다'는 말을 해줄 차례일 것이다..

 

키오스크 보완 정책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체감 불일치

 

정부와 일부 대기업들은 키오스크 사용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 모드, 글자 확대 기능, 음성 안내 시스템, QR코드 간편주문 기능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디지털 소외계층은 이런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기능이 있더라도 초기 화면에서 별도로 설정해야 하거나, 고급 설정에 숨겨져 있어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기술은 보완되었지만, 소외계층의 체감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무인 매장 증가와 더불어, 키오스크 보조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배치된 도우미는 오전 시간대만 근무하거나, 한 명이 여러 대의 기기를 커버해야 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더 큰 불안과 회피 반응을 유도한다.

결국, 보완 기술만으로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기술 이전에 사람이 필요하고, 시스템 이전에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환경이 필요하다. 진짜 보완은 기술의 개량이 아니라, 인간 중심 설계로의 전환에서 시작돼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배려,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것들

 

디지털 포용 사회는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정책, 제도, 인식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키오스크 도입이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설계 원칙은 사회적 필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첫째, 모든 키오스크에는 **'사람에게 요청하기' 기능 또는 '직원 호출 버튼'**이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둘째,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전담 도우미 인력 배치 기준을 법제화하고, 이용자 체감 중심의 만족도 평가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와 직원에게 디지털 소외 이해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고객 응대 태도에서의 배려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채널 유지 정책이 필요하다. 키오스크 외에도 현금 결제, 대면 주문, 전화 주문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기술은 효율을 위한 도구이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함께 사는 방식’이어야 한다.

디지털 소외계층은 목소리가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조용한 외침은 지금 이 시대 기술 발전의 방향이 ‘더 빠르게’가 아닌, ‘더 함께’여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사회가 이 외침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