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정보 접근성과 활용 능력은 곧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정부 정책부터 공공 서비스, 의료, 금융, 일상 소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빠르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디지털 소외계층’이라 부른다. 이 문제는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수도권과 달리 인프라가 부족하고, 정보 전달 구조도 단조로운 지방 소도시에서는 디지털 소외가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서 일상적인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의 현실은 종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소외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실태를 인식하고 제대로 대응하는 정책은 부족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소외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조용히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몇몇 지자체와 민간 단체에서는 직접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발굴과 동시에 지원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효과적인 디지털 포용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 소도시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효과적으로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실제 현장에서 적용된 사례를 중심으로 그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 발굴, 왜 ‘찾는 방식’이 달라야 하는가
디지털 소외계층은 단순히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중장년층, 스마트폰이 아예 없는 저소득 계층, 정신적·신체적 제약으로 기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디지털 소외 상태에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방법조차 모른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발굴하는 방식은 ‘신청받는’ 소극적 방식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능동적 방식이어야 한다.
지방 소도시는 대도시보다 주민 간의 관계망이 더 촘촘하게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관계망이 디지털 기술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읍·면 단위 행정기관이 갖는 물리적 거리감, 정보 전달의 비효율성, 고령화된 지역사회 구조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더욱 은폐된 존재로 만든다. 예를 들어, 디지털 교육 안내가 복지센터 게시판에만 공지되는 경우, 해당 정보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고령자나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문자 메시지로 교육 일정을 안내받아도, 문자를 읽지 못하거나 답장을 할 줄 몰라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디지털 소외계층을 발굴하기 위한 방식은 행정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 중심의 관찰과 대면 접촉,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 이·통장, 복지사, 우체국 집배원, 마을회관 관리자 등 지역을 잘 아는 생활 밀착형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대상자들 중 스마트폰이나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기록하고, 관련 기관에 연계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찾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방 소도시에서 효과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주민 밀착형 설문조사다. 충청남도의 한 중소도시에서는 읍사무소와 복지센터가 협력하여 마을 단위로 ‘디지털 생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 장애인 등으로, 설문지는 복잡한 질문 없이 단순하게 구성되었으며, 지역 복지사가 직접 방문하여 1:1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십니까?”, “최근 1개월 내 병원 예약이나 공공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하신 적 있습니까?” 등의 질문을 통해 기기 소유 여부와 활용 수준을 파악했다.
또 다른 방법은 공공기관 연계 신고제도다. 전라북도 익산시에서는 복지사와 방문간호사가 현장 활동 중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발견하면 간단한 양식을 통해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등록하고, 교육이 필요한 항목을 표시하여 시청 정보화팀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신고제는 실제로 기존 통계에 없던 수많은 소외계층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한편, 디지털 체험부스 운영을 통한 간접 발굴 사례도 있다. 경상북도 영천시에서는 읍면 장터나 재래시장 한켠에 이동형 디지털 체험부스를 설치하고, 스마트폰 체험·키오스크 실습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교육 필요 대상자로 분류했다. 체험을 겸한 자연스러운 발굴 방식이 참여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
이 외에도 학교, 도서관, 주민센터 등과 협업하여 세대 간 디지털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참여자 간 관계 속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자와 고령층이 짝을 이뤄 활동하면서, 학습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교육 대상으로 추가 발굴해나가는 방식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발굴 이후의 지원 연계와 교육 효과
소외계층을 발굴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즉시 연결되는 지원 체계’다. 단지 발굴로 끝나고, 후속 조치가 지연된다면 교육 효과는 물론 대상자의 학습 동기도 떨어질 수 있다. 충남 서천군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 등록과 동시에 담당 복지사와 디지털 강사가 공동으로 가정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1회 이상 기초 교육을 제공한 뒤 정기 교육반 편성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이 방식은 교육 탈락률을 낮추고, 참여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발굴된 대상자의 니즈에 따라 교육 콘텐츠를 다르게 제공하는 방식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병원 예약이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건강관리 앱 중심의 교육을, 공공서비스 접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부24, 카카오톡 활용법 중심의 교육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전라남도의 한 소도시에서는 발굴된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들에게 맞춤형 스마트폰 설정도 함께 진행했다. 불필요한 앱은 삭제하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홈 화면에 배치하며, 자막과 음성 안내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기기 자체를 생활에 맞춰 조정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였다.
이러한 교육 이후의 변화는 실질적이다. 키오스크 사용에 도전하는 어르신이 늘고, 복지 서비스에 직접 신청하는 비율이 증가했으며, 카카오톡을 통한 자녀와의 연락 빈도도 증가했다. 이처럼 발굴–연계–교육–활용이라는 단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디지털 소외계층은 비로소 사회와 다시 연결될 것이다.
지방 소도시 디지털 소외계층 발굴의 과제와 제언
지방 소도시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성공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행정과 커뮤니티 간의 협력 체계 강화다. 현재 대부분의 발굴 작업은 복지 담당 인력이나 한두 명의 디지털 강사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이는 장기적인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행정력의 한계로 소외계층을 놓칠 가능성도 크다. 마을 이장, 자율방범대, 지역 의료기관,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지역 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 감시와 발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정보 공유 시스템의 표준화다. 현재는 각 시군마다 발굴 양식, 기준, 등록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인 데이터 통합이 어렵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발굴과 지원을 전국 단위에서 분석하고 정책화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과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어느 지역에 어떤 유형의 소외계층이 집중돼 있는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셋째는 기술의 보편성과 인간 중심 접근의 균형이다. 단순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디지털 포용이 완성된 것이 아니다. 발굴된 사람 개개인이 자신의 삶 속에서 기술을 ‘자신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통합이 이뤄진다. 따라서 기기 지원, 기술 교육, 심리적 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
결국, 지방 소도시에서의 디지털 소외계층 발굴은 단순한 조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 사회적 포용성의 확장, 기술 격차 해소에 대한 실천적 응답이다. 지금의 작은 시도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평등한 디지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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