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시대지만, 그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동일하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에게 디지털 기술은 때로는 낯설고 무서운 존재로 다가온다. 문자를 보내는 법도, 사진을 저장하는 법도 모른 채, 그저 자녀나 복지사의 손을 빌려서 겨우겨우 필요한 일을 해결해 온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단지 ‘스마트폰을 못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특히 문자나 알림, 공공기관의 모바일 안내를 해석하지 못하는 고령자는 단순한 기능 미숙을 넘어, ‘정보 문맹’ 상태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교육이 바꾼 삶의 장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 몇 주의 교육으로 문자 알림을 읽고, 복지사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필요할 땐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고령자의 사례는, 단순한 기능 습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보 접근권을 회복한 이들은 삶의 자율성을 되찾고, 스스로의 일상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통해 ‘정보 문맹’을 탈출하고, 복지사와의 소통을 통해 삶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 한 고령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의 회복 가능성과 사회적 함의를 살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 정보에서 소외되다
“스마트폰은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꺼놓고 다녔지.”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김○○(81세) 어르신은 과거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에게 스마트폰은 문자만 와도 당황스럽고, 화면이 켜지기만 해도 뭔가 잘못될까 봐 겁이 나는 물건이었다. 그는 몇 년 전 복지사가 보내준 방문 일정 안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해 두 차례나 복지사 방문을 놓쳤고, 이후 복지사로부터 “문자 못 받으셨나요?”라는 질문을 듣고 난감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들이 겪는 현실은 단순히 ‘기기를 못 다룬다’는 문제가 아니다. 문자 알림을 해석하지 못하고, 음성메시지를 삭제해버리거나, 공공기관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해 지원 혜택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일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행정 서비스는 점점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데, 그 기반이 되는 정보 접근에서부터 차단되는 것이다.
고령자 복지정책과 행정서비스가 잘 설계되어 있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없다면 그들은 여전히 배제된다. 문자 하나 읽지 못해 행정 지원을 놓치는 현실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사회가 포용하지 못한 구조적 결함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해법은 ‘현실 밀착형 디지털 교육’일 것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실전형 교육, 변화의 씨앗이 되다
김○○ 어르신이 처음 디지털 교육을 접하게 된 것은 동네 복지관에서 진행된 ‘고령자 스마트폰 기초반’을 통해서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글자도 작고, 누르면 이상한 게 뜰까 봐 무서웠지. 복지사가 권해서 그냥 갔지, 내가 뭘 한다고 생각이나 했겠어.” 하지만 교육은 그가 상상한 것과 달랐다. 무작정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에 쥐고 해보며 천천히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교육 첫날 그는 화면 켜는 법부터 배웠고, 이틀째엔 문자 알림을 여는 연습을 반복했다.
교육은 1대1 맞춤형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어르신의 이해 속도에 맞춰 진행되었고,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만 익히는 방식’이었다. 김 어르신은 특히 복지사와 연락이 필요한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문자 확인과 회신 기능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복지관 강사는 김 어르신의 실제 사례를 반영해 문자 앱에서 알림을 여는 법, 받은 문자를 읽고 간단히 ‘네’, ‘아니오’, ‘감사합니다’와 같은 회신을 보내는 연습을 하루에 20번씩 반복하도록 도왔다.
교육 3주 차에 들어서자 그는 복지사가 보낸 ‘다음 주 방문 일정 안내’ 문자를 스스로 열어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한 회신까지도 직접 보내기 시작했다. 이 작은 성취는 김 어르신에게 큰 자존감을 안겨주었다. “내가 문자 한 줄 보냈다고 복지사가 바로 고맙다고 전화를 줬어. 그날 기분이 참 좋더라고.”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던 한 고령자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된 순간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고령자의 삶, 연결되며 달라진다
김 어르신은 교육 이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활 전반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복지사와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복지사가 긴급 상황 시 사진을 요청하거나, 간단한 건강 체크를 문자로 물어보는 일에 대해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복지사가 여러 차례 전화해도 받지 않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김 어르신이 먼저 문자로 자신의 상태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정보 수용 능력’의 확대였다. 그동안 행정복지센터에서 보내는 각종 문자 알림이나, 보건소 안내 메시지는 무용지물에 가까웠지만, 교육 이후 그는 내용을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독감 예방접종 일정 안내’ 문자에 반응하여 실제 예약 날짜를 복지사에게 요청한 사례는, 고령자가 정보 문맹 상태를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세 번째는 자존감 회복이다. 그는 주변 이웃 어르신들에게 “이제 문자 보는 건 나도 할 줄 안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했고, 이웃의 문의에 간단한 스마트폰 기능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익힌 것을 넘어, 디지털 소외계층이 능동적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이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회복을 위한 정책적 과제
김 어르신의 변화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가 명확히 담겨 있다. 첫째, 디지털 교육은 단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장기적이며 반복 가능한 구조로 제공되어야 한다. 기초 기능을 익힌 뒤에도 꾸준히 복습하고,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연속성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는 기억력과 학습 속도가 낮기 때문에, 주기적인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둘째, 교육 콘텐츠는 고령자의 실제 생활과 연결되어야 한다. 복지사와의 문자 소통, 병원 예약, 보건소 알림 확인 등 실생활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김 어르신이 교육에 몰입하게 된 이유는 문자 하나가 자신의 일상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 환경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무겁고 딱딱한 강의실이 아닌, 익숙한 장소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업이 더욱 효과적이다. 동네 경로당, 복지관, 마을회관 같은 공간에서 자주 만나며 친숙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고령자의 참여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강사는 기술보다 관계 중심의 태도를 가져야 하며,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자세가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이 정보 문맹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배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다. 김 어르신의 변화는 우리가 ‘디지털 포용’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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