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전히 스마트기기의 기본 기능조차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고, 특히 농촌 지역의 고령층은 디지털 환경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행정, 금융, 건강관리,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소외를 겪고 있다. 이들이 바로 '디지털 소외계층'이며, 이 문제는 단순한 교육 부족이나 기기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빈틈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농번기’라는 고유의 생활 리듬이 존재한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고령층이 이른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논과 밭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특정 장소로 이동해 교육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고정형 교육 모델은 농촌의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이 교실은 장소와 시간을 고정하지 않고, 교육이 필요한 마을로 직접 찾아가며 농번기 일정도 반영하는 유연한 운영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본 글에서는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의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정형 교육의 한계, 농촌 디지털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농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다양한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통해 시행되어 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시간’과 ‘장소’가 학습자의 생활과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교육은 평일 낮 시간대에 읍내의 복지회관이나 시청 강의실에서 진행되곤 했다. 그러나 실제 농촌의 고령층은 그 시간 대부분을 논밭에서 보내며,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있어도 참석률이 낮고, 한두 번 출석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또한 기존 교육 프로그램은 기술 중심으로 짜여진 경우가 많아, 스마트폰 기초 기능을 익히기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았다. 반면 그들의 실제 삶과 밀접한 정보 검색, 사진 저장, 문자 송수신 같은 기본 기능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졌다. 이런 교육 설계의 문제는 학습자들에게 ‘나는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의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강사를 파견하고 교재를 나누어주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농번기라는 현실적인 생활 리듬과 접근성 문제, 그리고 고령층의 학습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이다.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 농촌 삶에 맞춘 교육 방식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은 ‘교육 대상이 교육장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장이 대상에게 찾아간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전문 강사와 교육 기자재를 실은 차량이 농촌 마을로 직접 이동하여 교육을 진행한다. 수업은 마을회관, 경로당, 마을버스 정류장 인근의 그늘 공간, 심지어 논두렁 옆 쉼터에 이르기까지, 마을 주민이 일상적으로 머무는 곳에서 열리며, 마을 주민 스스로 일정과 장소를 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장 큰 특징은 농번기 일정 반영이다. 새벽부터 밭일을 하는 어르신들의 생활을 고려해 수업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로 유연하게 조정된다. 또한 수업의 길이도 20분~30분 단위로 짧게 구성하여 피로감을 줄이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문자 보내기만 집중적으로 익힌다’, ‘내일은 사진 저장과 전송만 연습한다’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어르신들이 빠르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동형 교실은 이동 자체가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차량 내부에는 와이파이와 충전 시설, 시연용 스마트기기들이 탑재되어 있어, 현장에서 곧바로 실습이 가능하다. 어떤 마을에서는 버스처럼 꾸며진 차량이 하루 일정으로 3~4개 마을을 돌며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접근은 마을 주민들에게 ‘내가 사는 곳에서 배운다’는 친근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교육의 접근성과 지속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변화, 교육 이후의 실질적 효과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을 경험한 농촌 어르신들에게 나타난 변화는 단순한 기기 활용 능력을 넘어선다. 교육 전에는 문자 하나 보내지 못하고, 전화 수신조차 혼동했던 이들이 수업을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한 농촌 지역에서는 이동형 교육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자체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교육 이후 스스로 스마트폰을 자주 활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8%에 달했다. 특히 사진 촬영과 문자 보내기, 카카오톡 사용에 대한 활용도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실질적인 변화는 주민들의 생활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농산물 출하 시기에 맞춰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하거나, 농기계 부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일, 자녀나 손주에게 직접 사진을 전송하며 소통하는 일 등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또한 일부 어르신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주민에게 기초적인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디지털 동행자’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이는 디지털 교육이 공동체 내에서 자생적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변화다. 이전에는 키오스크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앞에서 위축되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한 번 해보자’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실수해도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교육은,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사회에서의 자립 가능성을 체감하게 해주었다. 이처럼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은 단순한 기능 전달이 아니라,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 참여의 기반을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이동형 교육의 확장성과 미래 전략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은 단기간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장기적으로 전국 단위로 확산 가능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와 제도화다. 현재 많은 이동형 교육은 일회성 지원이나 공모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포용 정책 안에 ‘이동형 교육’ 항목을 명시하고, 지방정부와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법적·행정적 장치가 요구된다.
둘째는 지역 맞춤형 콘텐츠 개발이다. 각 지역의 생활 환경, 농사 유형, 주민 성향에 따라 필요한 디지털 기술은 다르다. 예를 들어, 과수농가 중심의 지역에서는 농산물 판매 앱 활용 교육이 필요하고, 축산 농가 중심 지역에서는 CCTV 관리나 물류 앱 교육이 유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콘텐츠 개발과 유연한 커리큘럼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는 주민 주도형 운영 모델이다. 이동형 교육은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기보다는, 교육을 받은 주민이 다시 또 다른 주민을 가르치는 형태로 확장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디지털 동행자’나 ‘디지털 서포터즈’를 양성하여 지역 내에서 자생적인 디지털 학습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 해결은 도시 중심의 정책과는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농번기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동이라는 방식을 통해 배움의 문턱을 낮춘 이동형 스마트폰 교실은 디지털 포용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매우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이다. 이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더 이상 ‘디지털 소외’라는 말은 농촌에서 사라질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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